회초리
''회초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마마'' 등 엄마에 푹 빠져있는 국내 영화시장에 "아빠도 있다"며 존재감을 알리는 영화다. 엄마의 사랑처럼 섬세하고 잔잔하진 않지만, 아빠라서 보여줄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을 가감없이 선보인다. 여기에 ''빵꾸똥꾸''로 유명한 진지희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안내상이 출연해 눈물을 쏙 빼놓는다.
영화는 딸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막장으로 살던 아빠 두열(안내상)이 예절교육을 받으러 온 서당에서 훈장으로 있는 딸 송이(진지희)를 만나 겪는 갈등과 감동을 그린 영화다. 삼류 양아치 같았던 아빠와 시끄럽고 사나운 꼬맹이 훈장같았던 딸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들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아버지와 딸을 연기한 안내상과 진지희의 열연이 돋보인다. 언론시사회에서 "이번 작품만큼 많은 신을 촬영한 작품이 없었다"며 쑥쓰럽게 웃었던 안내상은 그 동안 여러 작품의 감초로 출연하며 쌓아온 내공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전직 복싱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서부터 아내를 잃고 되는데로 살던 못난 아빠의 모습까지 그의 눈빛만으로도 달라진 두열의 위치를 느낄 수 있다.
어리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똑부러진 훈장 송이를 연기한 진지희 역시 큰 분량의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이끌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소리만 고래고래지르고 울기만 하는 감정연기가 아니다. 극에 몰입하느라 다리 부상도 몰랐다는 촬영장 뒷이야기가 없더라도 고스란히 송이의 감정을 전하는 연기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튀는 편집과 뜬금없는 조폭출연은 아쉽다. 박광우 감독은 "8년동안이나 준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한정된 시간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장면을 넣다보니 여기저기 튀는 장면들이 나왔다. 또 유행이 한참이나 지난 조폭이 출연해 서당을 뺏으려 하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한 영화관계자는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지만, 앵글이나 컷을 편집하면서 그것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 언론관계자는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게 하는 영화"라면서 "아빠와 딸의 절절한 관계가 많이 공감된다"고 호평했다.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