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잇따라 승인장을 받으면서 올 연말 종편 출범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종편 출범을 앞두고 지상파의 예능PD들이 대거 이직에 나서면서 방송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PD 10여 명이 지상파 방송을 이미 떠났으며 내년 까지 예능 PD 20명 정도가 추가로 이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상파를 떠난 예능PD들은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jTBC(중앙종편)나 케이블 MPP인 ''CJ E&M''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종편이 예능PD에 주목하는 이유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제작비가 적게 들고 호흡이 짧아 단기간에 채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다 지상파와 직접적인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PD들도 갈수록 제작환경이 악화되는 지상파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고 경제적으로 거액을 챙길 수 있는 종편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예능PD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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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예능PD들의 이직이 어느 정도인가?
= 지상파의 예능PD들의 이직 현상은 ''엑소더스''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스타급 예능PD 10여명이 이미 KBS나 MBC를 떠났고 앞으로도 20여명이 추가로 지상파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능PD들이 지상파를 떠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KBS에서는 1박2일의 이명한PD와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김석현PD가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MBC에서는 ''황금어장'' 등을 연출한 여운혁PD가 중앙종편으로 자리를 옮겼고 ''위대한 탄생'' 연출을 맡고 있는 임정아PD도 중앙종편행을 결정했다. PD들의 실명을 일일이 다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 연출자들이 중앙종편 또는 CJ E&M으로 잇따라 이직을 하고 있다.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예능PD들의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예능 프로그램이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종편들의 경우 올 10월 출범할 경우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확실한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데 예능프로그램이 비용이 적게 들면서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예능PD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방송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스타급 예능PD들을 영입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PD의 연출 능력도 능력이지만 유명 연예인과 작가를 끌어들일 수 있고 특히 스타급 PD를 영입했다고 할 경우 동시에 프로그램 홍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정보 프로그램 등은 외주 제작 시장이 커져서 아웃소싱 제작이 가능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는 지상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예능PD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은 외부제작사가 취약한 구조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고 채널의 런칭을 성공하기 위해 예능으로 쉽게 가려고 한다"면서 "그래서 스카우트 비용이 비싸더라도 유명한 스타PD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케이블 채널 M.NET의 경우 ''슈퍼스타 K'' 프로그램 하나로 채널 인지도를 확실히 높였다.
한 중견 PD는 "예능이 비용 적게 들고 리스크 적고 젊은 시청자 유입하는데 비해 드라마는 위험 부담이 높고 비용도 많이 들고 교양 다큐로는 시선을 끌기가 어렵다" 면서"종편 조기안착을 위해서는 예능 강화전략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들의 방송전략이 확정된 것인가?
= 승인장을 받은 지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구체화 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중앙종편이 가장 먼저 예능 PD들 영입에 나서면서 나름대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편 주철환 방송제작본부장에게 확인을 해보니 "중앙종편은 킬러 콘텐츠로 예능을 잡았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예능이고 (예능PD들이)제가 있으니까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종편은 방송 출범과 동시에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종편과 매경종편은 승인장을 늦게 받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방송전략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SBS가 출범한 지난 90년 대 초반 SBS는 MBC 출신의 김종학PD가 연출한드라마 ''모래시계''가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주일의 투나잇 쇼>,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등을 통해서 채널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였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iTV 인천방송은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중계로 출범초기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종편들이 출범을 즈음해서 ''킬러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데 초반에 채널인지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인 만큼 생존의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능PD들이 지상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전적인 이유 때문인가?= 1차적으로는 금전적인 이유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종편사가 30억 원을 제의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김태호PD가 지인에게 보낸 축하화환에 ''30억 원이 얼마나 큰지 몰랐던 TEO''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30억 원 제의 설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PD 영입에는 10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의 스카우트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연하게 나도는 얘기로는 책임PD는 10억 원 일선 PD들의 경우 5억 원에서 7억 원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한 중견 PD에게 물어보니 "스타급 일반 PD들의 경우 10억 원, 책임 PD들의 경우15억 원 선 정도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PD의 경우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에 3년 보장''이라는 설도 나돈다. CJ E&M의 경우도 거액의 스카우트 비를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스카우트 관련사항은 인사팀에서 극비로 하고 있다"면서 "적정 연봉을 제시하고 가능한 선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의 한 관계자는 "예능PD의 생명은 짧다. 인기가 있을 때 몸값을 챙기려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금전적인 문제가 이직의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무한도전 김태호PD의 경우 ''30억 원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니까 반드시 돈 때문에 옮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10억 원 스카웃비라면 상당히 유혹적인 제의인 건 틀림없지만 반드시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옮긴다고 하기는 어렵다. 금전 못지않게 제작환경도 주요한 이유 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종편 jTBC의 주철환 방송제작본부장이 현장 PD들에게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보장해주겠다"는 말로 스타급 PD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직을 결심한 PD들은 jTBC가 자금력은 지상파 수준에서, 사회적 제약은 케이블 수준의 환경을 제공한다면 콘텐츠 제작 여건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철환 본부장에게 PD들이 대거 지상파를 떠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PD들이) KBS나 MBC에서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종편이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에서는 새로운 제작환경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좀 더 제작환경이 자유로울 것으로 보이는 케이블이나 종편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KBS 예능피디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첫 회의를 열어 ''일방적인 관제 특집전면 폐지, 소통 없는 인력 채용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관제 특집과 관련해 KBS 김인규 사장이 2009년 취임 이후 6.25와 추석 특집 등계기성 특집을 빼고도 177편에 이르는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됐는데 G20 홍보특집 45편과 천안함 특집 15편 등 관제성 내용이라고 비대위는 주장하고 있다.
제작환경의 자율성이 상당히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PD들 이직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예능PD들의 이직이 다른 영역의 PD 이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방송계에서는 이직이 대거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KBS나 MBC 내부에서는 ''PD 엑소더스''는 예능 PD들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예능PD들이 이직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PD들도 대거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도 MBC가 경력PD 채용을 밝힌 만큼 지상파 PD를 포함해서 지방 방송사나 중소 케이블방송의 PD나 제작인력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방송의 제작요소인 ''작가, 연기자, PD''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달리는 형편이니까 앞으로는 제작요소를 두고 뺏고 뺏기는 전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MBC 관계자는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이미 외주제작사가 장악을 했다. 따라서 외주제작사가 작가와 연기자를 선점했기 때문에 드라마 PD를 영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에서 외주제작사 PD로 자리를 옮긴 중견 PD도 "예능PD가 움직이는 게 PD 대이동의 전초전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예능장르에 중앙종편이 스타PD들 선점하다 보니까 그 분야의 이동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출범으로 방송시장이 무한경쟁으로 돌입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의 예능PD 영입 전쟁이 방송 무한경쟁의 전초전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종편들의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은 CJ다. CJ E&M이 먼저 예능PD들 영입에 나섰고 위기감을 느낀 중앙종편이 예능PD 영입경쟁에 가세했다.
CJ는 SO 19개를 거느린 거대 MSO 이면서 PP 18개를 거느린 대형 MPP다. CJ는 여러 개 채널이 있는 포트폴리오 강점이라고 하는데 이미 영화와 바둑, 애니메이션, 여성, 드라마, 게임 등의 채널로 몸집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보도 기능만 추가한다면 그 파괴력은 지상파를 능가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종편 4개 채널이 출범할 경우 방송사들의 시청률을 둘러싼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청률이 곧 광고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방송의 선정성 문제와 간접광고 문제 등 다른 문제들이 파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황수관의>이주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