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남단에 있는 오키나와 현은 본 섬과 57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남짓 걸리는 오키나와 현의 인구는 약 140만 명. 통일왕국이 건립된 1429년부터 일본에 통합됐던 1879년까지 450년간 독립적인 류큐왕국(琉球王國)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일본 본토와는 다른 고유문화와 언어가 아직 남아 있다. 2차대전 당시 민간인 희생의 아픈 상처가 있고 유난히 정(情)도 많아 우리와 많이 닮은 오키나와 사람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1
"교환 학생 신분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해 즐겁게 생활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1년 365일, 단 하루도 재미없던 날이 없었거든요. 유난히 정이 많은 한국인은 오키나와 사람과 정말 비슷해요."
지난 15일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바다와 슈리성(首里城) 등 다양한 세계문화유산이 있어 매력적인 관광·휴양지로 인기 있는 오키나와에서 마지마 도모히데(38) 씨를 만났다.
마지마 씨는 대학 3학년 때인 지난 97년 교환학생으로 한남대로 유학 오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교환학생 시절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대학졸업 후 다시 한국으로 건너와 고려대에서 5년 동안 ''한국어와 일본어 비교 연구''를 전공하며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또 청주교대와 영동대에서 일본어 전임강사로도 일했다. 한국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생활한 그는 지금은 모교인 오키나와 국제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도 한류 열풍은 대단합니다. 주로 K-POP과 한국드라마의 인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제가 1학년 때인 94년만 해도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이 5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200명이 넘습니다. 학생 배정이 너무 편파적이라고 다른 제2외국어 강사들이 대학 당국에 항의할 정도죠."
그는 최근 발생한 대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인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넨 한국인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대지진이 일어난 날, 온종일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너무 충격을 받아 1주일 동안은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죠. 이대로 가면, 전력 부족 등으로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그러던 중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금 운동 소식을 들었어요.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마웠죠. 이번 일을 인류가 자연 앞에서 더 겸손해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2
마지마 씨는 오키나와 관광청에서 한국어 통역과 번역 일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대지진 이후 오키나와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실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잘못된 정보가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최근 ''오키나와 지역에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오키나와에서는 최근 지진으로 어떤 혼란도 빚어진 적이 없거든요. 물론 일본 동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여진이 일어나고 방사능 피해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오키나와는 진원지에서 1760km나 떨어져 있는 아열대 산호섬으로 지진이나 쓰나미 영향은 물론 방사능 피해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240km 떨어진 서울보다도 훨씬 먼 거리에요."
3
마지마 씨는 오키나와에서 태어나고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이곳에서 졸업한 오키나와 토박이다. 그만큼 오키나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세계적인 장수 도시입니다. 저희 할머니도 올해 102살인데 여전히 정정하시거든요. 오키나와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다시마 와 수산물 등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도 정이 깊고 모두 낙천적이어서 시간이 멈춘듯한 여유와 낭만이 있죠. 2차 대전 당시에는 한국처럼 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근현대사의 비극도 경험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보다는 여러모로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곳입니다. 꼭 한 번 여행 오시기 바랍니다."
마지마 씨의 꿈은 앞으로 한국의 언어와 문화, 음식 등을 ''일본 속의 또 다른 일본''인 오키나와에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한국 문화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과 오키나와 사람은 서로에게 친근감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많은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