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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의 극치, 도자기 · 탈을 더 한국적으로"

구본창 전시회, 국제갤러리, 3.24-4.30, 48점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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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아름다움을 은은하게 풍기는 한국 도자기들이 사진작업을 통해 더 웅숭깊은 맛을 느끼게 했다. 우리 도자기들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조형미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업에 의해 색다른 미감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삼각 구도의 한 사진작품(바로 위 작품)은 보는 순간 균형과 절제미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작품은 중앙에 키가 큰 도자기를, 양 옆에 더 작은 도자기를 배치했다.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山자 모양의 잘 빠진 산봉우리를 보는 듯하고, 서로간에 탱탱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정립(鼎立)으로 인한 안정감과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도자기 사진작업은 다채롭게 펼쳐진다. 어느 개인소장가의 도자기 작품을 다양하게 배열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20-30여개의 크고 작은 다양한 도자기들을 가로로 1열이나 2열,또는 3열로 늘어놓아, 우리의 전통 대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풍경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림자도 없이 화면에 덩그렇게 자리잡은,커다란 달항아리는 전시장의 넓다란 공간에 실제 달이 떠있는 것처럼 존재감을 과시한다. 검은색의 도자기 차주전자는 연회색 한지를 배경으로 실물보다 훨씬 크게 찍혀져, 그 느낌이 확 살아나고 아득히 먼 시간으로까지 관객의 기억을 이끌어간다. 인류, 역사, 문화의 시원이나 태고적 기억으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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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작가는 한국 탈의 아름다움을 사진작업으로 극대화했다. 전시장에 걸린 8점의 탈 사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하회탈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탈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새롭고 독특한 맛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하회탈은 양반, 각시,초랭이,중, 백정 등에서 각기 특성을 해학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그 윤곽선이 크다. 반면 구 작가의 사진작품에 등장하는 탈의 윤곽선은 더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되어 실제 살아있는 사람마냥 표정이 살아있고, 채색도 다채로우로면� 정갈해 고아한 멋을 풍긴다. 이 8점의 탈은 1870년대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 신부에 의해 수집되어 현재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도자기나 탈과 같은 대상물이 사진작업으로 인해 더 빛나게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구 작가는 "대상물을 찍을 때 그림자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죠. 그리고 그 바닥과 뒷 배경을 한지로 꾸며 대상물을 돋보이게 합니다.그래야 오롯하게 대상물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 생기는 거죠"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가 보다. 일반적으로 사진에서 그림자를 더해 입체감이나 대상에 대한 해석을 풍부하게 해주지만,구 작가의 작업은 그림자를 더는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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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작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의 선택이다. 그는 독일에서 오랜 시간 사진공부를 하고 활동을 하면서,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차이를 예민하게 느꼈다. 특히 한중일동양문화에서 ''한국만의 고유한 미''는 무엇일까를 찾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그건 ''여백의 미''와 ''드러내지 않은 미덕''이었다. 그래서 달항아리 사진에 빠졌고, 도자기와 탈과 같은 한국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상을 소재로 삼은것이다. 그는 한국의 이러한 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다이나믹 코리아''만 외치는 요즘의 세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구본창 작가는 사진 작가로서 사진 작업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할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백자 사진작업이 내 자신의 성과물로 나오고 흥분시키니까 계속 작업을 하게된다"고 했다. 개인적인 성취감에서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과 행복한 사회에 그의 마음이 닿아있다. "나의 사진작업이 외롭고 힘든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위안을 받은 관객으로부터 팬레터를 받으며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살아있는 즐거움인 것 같다"며 소년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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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도사인 구본창 작가는 사진 입문자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첫째, 둘 이상 떼거리로 다니지 말라는 것.둘째, 사물이나 풍경, 인물 등 대상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몰려서 다니지 말라는 것은 대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매화철이 되어 어디가 사진풍경이 좋더라고 해서 몰려가면, 겉만 멋지고 맥없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대상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거기서 느낀 본질적인 것을 드러내야만, 그 사진에서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발산하는 힘이 사진을 보는 이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구본창 작가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24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48점의 작품을 통해 30여년에 걸친 작가의 작업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회이다. 전시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첫부분은 작가가 어려서부터 모아온 소소한 오브제들이 선보인다. 두번째 부분은 작가의 유학시절 당시 여행에서 찍은 스냅사진과 88올림픽 전후의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들로써 이 작품들은 영상으로 선보인다. 세번째 부분은 여러 소장품을 소재로 하여 찍은 사진작품들이다. 소장품의 구성은 이타미 준의 달 항아리 컬렉션,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한국백자컬렉션, 기메박물관의 한국 탈 컬렉션, 동경 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한국 곱돌 컬렉션, 문방구와 명기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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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3.24-4.30
문의:국제갤러리 신관(02-733-8449)[BestNocut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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