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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툭 터졌습니다." 조부수 작가의 첫마디다. 13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여는 그는 "그리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을 그려냈고,그 작품들을 전시한다는 게 얼마나 통쾌한지 모른다"고 했다. 그의 표정에는 아이가 뱃속에서 나와 첫울음을 터트리는 것과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조작가의 작업세계가 툭 터지게 되기까지는 그의 작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한 계기가 있었다.13년 전인, 1999년 파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그는 "굉장히 답답했다. 뭔가 그려야 하는데 풀어지지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회고했다. 그건 "내가 나를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단했다.
그는 그 전과 다른 작품스타일을 시도했다. "그 전에는 완전추상 위주로 나의 느낌을 표현했다.그 다음부터 보이는 그림,만져지는,냄새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본 산, 바다,내가 만난 사람을 그리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쉽게 않았다"고 했다.
조 작가는 고민 끝에 2002년, 작업실을 부여의 산 중턱으로 옮겼다. 그 곳은 철따라 온갖 꽃이 피고 지는,수려한 경관에 바람소리,새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곳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 6개월은 감옥에 있는 사람처럼 답답해 죽겠더라. 거기서 적응하는 훈련을 하다보니,그곳의 공기와 음식, 사람들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부수 화백의 이러한 경험은 변시지 화백이 제주로 옮겨 오랫동안 그 곳의 바람과 햇볕을 받고 살면서 제주의 풍광을 노란 색채로 표현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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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 정착한지 첫 2년은 불행했다고 조 작가는 회고했다. 그의 2004년 작품 <꽃과 물고기>(바로 위 작품)는 그 당시 작가의 불안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 그림의 장미가 이렇게 가냘프게 그려졌는데,내가 이렇게 가냘펐어. 마음대로 지랄을 못하니까.선도 이렇게 터져나가는 엉뚱한 그림이 나윱� 거야" 그래서 그는 "그림이 곧 나"라고 했다. 그림은 작가의 마음을 붓자국으로 남겨놓은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2007년부터 응어리가 터져나왔다"고 했다.
조부수 작가(68세)는 "70� 가까이 되어서야 비로소 거침이 없는, 자유자재� 경지에 도달했다"고 선언하고, 뿌듯해했다. <수련>(맨 위 작품) 상단의 수많은 붓질로 이뤄진, 가느다란 흰색 선들은 거침이 없다.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무질서하게, 동심처럼, 어린이가 걷듯이, 가느다란 붓이 수없이 닳아지도록 붓질을 했다. 이건 나의 마음상태를 표현한 것이다"고 했다. 연잎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그려냈다고 한다. 작가는 "연잎은 그냥 연잎이 아니라 화가의 가슴에 느낀 것을 머리로 토해낸 것이다. 코끼리 귀처럼 펄럭이는 연이파리는 바람이 이는 모습이며, 그 바람은 1,300-1,400년 전 백제의 옛 도읍인 부여의 기운이 바람을 타고 오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느낀 그 바람은 낙화암에서 떨어지는 3천궁녀의 치마폭에서 이는 바람이라도 되는 걸까? <수련> 시리즈는 백만송이 수련이 있는 부여의 수련축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조 화백은 흥에 겨워 춤을 추듯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작품을 탄생시켰으며, 관객 또한 그의 그림에서 그러한 흥과 음률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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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Nocut_R]
전시기간:3.16-3.31
문의:02-734-0458
수련>수련>꽃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