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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실존인물을 연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오직 한 남자가 127시간 동안 벌인 사투를 그린 영화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부자 친구 ''해리''로 국내 관객과 친숙한 제임스 프랭코는 아론 랠스톤의 실화를 소재로 한 ''127시간'' 첫 시사회 당시 자신이 얼마나 좌불안석했는지 털어놨다.
프랭코는 영화사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 아론 랠스톤이 제 바로 뒷줄에 앉아 있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내 제시카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며 "그 모습을 보고 ''맙소사, 영화가 마음에 안 드나봐''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건 러닝타임 93분 후면 밝혀질 기우에 불과했다. 랠스톤은 프랭코의 연기에 대만족했다. 랠스톤은 "영화의 1/3지점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울었다"며 "당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실감났다"고 프랭코의 연기를 칭찬했다.
2003년 4월,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랠스톤은 주말에 미국 유타주 캐넌랜즈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등반을 떠났다. 당시 그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아무에게도 목적지를 말하지 않은 것이다.
등반 도중 미끄러진 랠스톤은 거대한 흔들바위를 건드려 사암 절벽 면에 오른쪽 팔이 꽉 끼어버린다. 이후 5일 동안 바위에서 빠져나올 온갖 방도를 궁리했다. 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가족과 친구에게 남기는 가슴 아픈 작별 인사를 비디오카메라로 찍었다.
프랭코는 "랠스톤의 작별 인사는 셰익스피어의 글에서 죽음 전에 남기는 독백과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앞에 닥친 죽음과 대조적으로 침착한 태도로 가족에게 아주 친밀한 인사를 남긴다. 바로 그 점이 대단히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랠스톤은 인사를 남기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졌고 그럴 때면 비디오카메라를 껐다. 어머니에게 보여줄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랭코는 "랠스톤은 자신의 미래를 모른 채 비디오를 찍었기 때문에 아주 솔직하게 행동한다"며 "실제로 가족과 친구 외에 공개하지 않은 그 비디오를 봤을 때 대단히 강렬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도 이 장면들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관객에게 직접 말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랠스톤은 결국 극단적 조치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구출한다. 그는 칼날이 무딘 싸구려 다용도 주머니칼로 피부를 찢고 자신을 가둔 바위를 지렛대 삼아서 팔뚝 뼈를 부러뜨린다. 유머감각이 있는 그는 이때 카메라를 향해 "싼 게 비지떡"며 싸구려 공산품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프랭코는 "소변을 마시고 ''슬러피 맛은 아니네''란 대사도 랠스톤이 직접 한말"이라며 "각본가와 감독은 랠스톤의 이런 유머감각을 발전시켜 그가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장면에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몇몇 익살스럽고 감정적으로 무너진 장면들은 기대 이상의 감정적 효과를 안겨준다.[BestNocut_R]
프랭코는 리얼하게 포착된 팔 절단 장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실제로 그가 팔을 절단하는 데에 40분 이상이 걸렸지만 이 영화에는 단 3분 정도만 나온다"며 "소름끼친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 장면을 더 이상 자르면 랠스톤이 겪는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프랭코는 ''127시간''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