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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헌책에서 명품까지…발품 팔아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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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가게 특화매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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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서 엄마의 운전면허증과 가족처럼 지내는 옷이 있다면, 먼지가 뽀얗게 앉아 제목조차도 존재감을 잃은 책이 있다면, 감옥 같은 창고에서 몇 개월, 몇 년째 ''수감'' 중인 잡동사니들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버리거나, 팔거나, 남 주거나….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나에게는 ''고물''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런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 ''아름다운가게''의 특화매장으로 떠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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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값이 껌값

    깨끗한 유리문 안으로 책장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책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금 책이 들어와서 제일 바쁜 시간인데 어쩌죠. 매주 월,수,금요일이면 되살림터를 통해 1000권 정도의 책이 들어와요." "저쪽 성미산마을서재에 있는 것 빼고는 다 파는 책들이에요."

    아름다운가게 성미산헌책방의 운영을 맡은 이현지 매니저는 책을 분류하며 틈틈이 짧은 답변을 내놓는다.

    마포구 망원2동에 위치한 성미산헌책방은 예전 신촌책방 ''뿌리와 새싹''이 새롭게 이전한 형태로 지난해 11월에 문을 열었다.

    입구에서부터 나란히 서있는 책장엔 문학, 인문학, 학습서, 생활도서, 원서, 사전류 등 각 분야 2만5000여권의 책들로 가득하다. 헌책방의 이름에 걸맞게 껌 한 통 값으로도 책을 살 수 있으니 가격 또한 착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어린이도서 코너. 아이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장판이 깔려 있으며 낮고 긴 테이블도 놓여있다.

    헌책방이라기보다는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거실 같은 분위기. 여기저기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이렇게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고 있는 헌책방은 서울지역에 성미산 말고도 광화문책방과 강남책방, 대학로의 동숭동헌책방이 있다.

    또 파주출판도시 안에는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보물섬''도 자리하고 있다. 이들 헌책방은 영업시간 이후 시민들의 모임장소로 공간을 대여한다. 대여료는 1인당 기증도서 1권. 참 헌책방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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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웨딩드레스도 있나요?

    지하철 3호선 양재역. 3번출구를 나와 캠코양재타워 앞 작은길로 조금 오르면 아름다운가게 양재점을 만날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들이라면 눈여겨보자. 아름다운가게 양재점은 웨딩드레스 특화매장. 쇼윈도 안에 전시된 웨딩드레스 2벌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활용가게 웨딩드레스가 뭐 얼마나 좋겠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이곳의 웨딩드레스는 이휘재, 류시원 등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식 웨딩드레스를 만든 이명순 한국웨딩산업진흥협회 회장이 기부한 것들이다.

    가격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는 매장 매니저의 귀띔. 드레스, 턱시도, 액세서리까지 모두 대여할 수 있고 대여비는 10일 기준 10만~50만원 정도다.

    웨딩드레스를 대여하게 되면 재능기부에 나선 전문 코디네이터가 직접 피팅까지 해준다.

    신랑신부의 한복 대여도 가능한 데, 한복 또한 유명 연예인들의 한복 디자인을 맡았던 이성자 원장이 기부한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반응도 좋아서 한 달 평균 3~4 커플 정도가 웨딩드레스를 대여한다고. 이렇게 해서 모인 수익금은 수익나눔을 통해 저소득층 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행사에 쓰인다.

    연예인들이 입은 명품 웨딩드레스를 저렴하게 대여해서 좋고 그 돈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니,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출발이 아름다운 ''나눔 커플''이 되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결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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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가게판 ''진품명품''

    여기서 ''OX퀴즈'' 하나. 아름다운가게엔 수백만 원짜리 물건도 있다? 정답은 물론 ''있다''. 예술품 특화매장인 서초점은 기증 받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경매행사를 하고 있는 데 여기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거래가 이뤄진다.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들어오는 그림이며 도자기, 골동품 등 예술품들은 모두 서초점으로 보내진다.

    그러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전문 감정사들이 직접 진품여부를 확인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감정이 끝난 작품들은 전문 수장고에 보관됐다가 서초점의 생일을 전후해 경매에 붙여진다.

    "몇 해 전인가 그림의 경락가가 1000만원이 나왔었죠 아마. 경매는 전문가가 직접 나와 문화센터 강의처럼 작품의 연대, 배경, 내용 등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요. 예술품을 사지 않더라도 공부삼아 재미삼아 경매행사장에 와보시는 것도 좋겠죠?"

    자원활동가로 봉사하고 있는 정귀옥 씨는 경매이벤트가 서초점의 연중 가장 큰 행사라고 설명했다. 경매 행사가 아니더라도 서초점을 방문하면 그림이나 도자기를 구입할 수있다.

    벽면에 디스플레이 돼있는 신진작가들의 그림이 10만원대, 도자기·명품 찻잔세트 등도 10만원대에 판매된다. 또한 오는 3월 중순쯤에는 신라·고려시대 토기류와 도자기 등 70점에 대해 특별경매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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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나 봤나? ''아름다운 명품가게''

    대한민국의 명품거리 압구정동에 있는 아름다운가게는 역시 남다르다.

    이곳은 명품의류와 명품잡화를 취급하는 재활용계의 ''명품숍''. 아담하고 깔끔한 매장 내부. 먼저, 보기에도 값깨나 나갈 것 같은 모피코트가 눈길을 끈다.

    가격표를 보니 헉! ''80만원''. "저 모피코트도 재활용품으로 기증받은 건데 원래 가격의 10분의 1정도에 판매되고 있어요" 압구정점 송미지 매니저의 말에 문득 ''저런 고가품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누굴까''하고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남성용 명품 버버리 코트가 5만~10만원. 값비싼 브랜드 청바지도 2만~3만원대에 판매된다.

    "아름다운가게의 일반 매장을 방문하셨던 분들이 여기에 오면 가격에 좀 놀라세요. 보통 기존 매장보다 10배정도 비싸거든요. 하지만 이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가격에 만족하는 편이에요."

    송 매니저의 말처럼 다른 매장에 비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브랜드를 따지고 보면 ''득템''의 찬스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명품들인데 도난사고는 없나요?" 혹시나 하는 질문에 매니저가 가리킨 곳은 출입문에 설치돼 있는 보안시스템. 값이 많이 나가는 물건들은 도난방지장치를 해놨단다.

    그러니 행여라도 ''견물생심''에 자신의 양심까지 싸구려로 만들지는 말자. 압구정점을 나서면서 간판을 보니 녹색원에 흰글씨 ''정''이 눈에 띈다.

    압구정의 ''정''이란 뜻도 있겠지만, ''나눔의 정이 가득한 가게''라는 아름다운 의미가 들어있는 게 아닐까? 여느 때보다도 혹독한 동장군의 심술에 잔뜩 움추린 겨울, 아름다운가게에서 만난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주는 훈훈한 정들이 있어 마음은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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