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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레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밤의 황홀경 낮의 장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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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로 미국 누비기 16]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사우살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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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유서깊은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그 북쪽 사우살리토를 가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만, 이 만을 가로질러 남북으로 놓여 있는 다리가 바로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골든게이트란 이름은 존 프레몬트란 지형학 엔지니어가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을 잇는 해협에 붙인 이름이다.

    샌프란시스코만은 태평양이 대륙으로 잘룩하게 말려들어 남으로 프레몬트(Fremont)까지 35마일, 북으로는 샌 파블로(San Pablo)만이 30여 마일 육지안으로 뻗어 있고 만 주변으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샌파블로, 산호세 같은 대도시가 모여 있어 만에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다리들이 유난히 많다.

    만 북쪽에 리치몬드 샌라파엘 다리,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 남쪽으로 샌 마테오 해이워드다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을 잇는 ''골든게이트 해협'' 위로 금문교가 그림 처럼 걸려 있다.

    2009,11,27일 늦은 밤 요세미티로부터 오클랜드에 도착하자 화려한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에 가로 놓인 베이브리지에 올라서는 순간 유서 깊은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속살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언덕이 많아 야경이 보여주는 스카이라인은 여느 도시와는 달랐다.

    만 쪽에 가까운 다운타운은 마천루가 오밀조밀 해 현대적인 느낌을 주지만 주변 지역은 언덕을 따라 불규칙한 굴곡을 이루면서 네온사인과 등불이 빛을 발산하고 있다.도심으로 접어들자마자 숙소를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차를 몰아갔다.

    도심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언덕위에 세워진 도시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다음날 차를 세워두고 도심관광에 나설 계산으로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 그러면서 전철역에서 가까운 지점을 골라 호텔이나 인을 찾아 헤맸지만 허사였다.

    우리가 원하는 곳엔 마땅한 숙소가 없었고 남쪽지역은 대체로 주택가여서 아예 호텔이 별로 눈에 띠지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야간운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피셔맨스워프와 금문교 등 관광포인트가 많은 도시 북쪽지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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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웨스턴이나 메리어트 등 낯익은 호텔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가격이 문제였다. 서부의 웬만한 도시에서는 100에서 150달러 정도 투자하면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편히 지내고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됐지만 이곳은 유명 관광지 인데다 대도시여서 그런지 숙박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것이 은근히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하는 수 없이 피셔맨스워프를 따라 시원하게 뚫린 해안도로를 지나 금문교로 갔다. 금문교를 넘어 샌프란시스코 바로 북쪽에 있는 사우살리토로 건너가기 위해서였다. 마틴(Martin County)의 자그만 도시 사우살리토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나오는 길에 금문교를 관광하면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사우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만이 눈 앞에 바라보이는 자그마한 도시로 해안선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고 나트륨 등에 비친 밤바다가 겨울바다 같지 않게 따뜻한 느낌을 줬다.

    샌프란시스코는 로스엔젤레스로부터 북쪽으로 350여 마일 떨어져 있고 위도는 한국의 서울과 비슷하지만 LA와 마찬가지로 겨울 기후가 온화한 편이다. 같은 위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주변은 단풍이 들고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지고 있었지만 사우살리토 주변의 식생은 싱그러운 초록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기온도 밤에는 10도 가까이 떨어졌지만 낮에는 20도 넘게 올라가는 전형적인 한국의 봄 가을 날씨,

    늦은 밤 마틴시 부근 해변의 트레블 로지(travel lodge)로 찾아 들어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밀 벨리란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 물도 빵도 동이나 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중 언제든 부근 마트를 방문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 또한 자동차여행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쇼핑을 하다 보면 그 지역의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고 그러는 사이 ''아~하 이쪽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문화와 일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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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을 위해 들렀던 밀 벨리의 K-마트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게 앞에 전시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나무들이었다. 생나무로 트리를 장식하면 아무래도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고 처리도 어려워 미국에서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그곳은 여전히 생나무가 인기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이른 오전부터 미국인 몇몇이 나무를 고르고 있었다. 물론 일찌감치 트리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다. 한국의 설이나 추석이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크나큰 기쁨과 위안을 안겨주는 것 처럼,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명절이다.

    미국 사람들은 땡스기빙데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일찌감치 명절준비에 들어간다. 땡스기빙 준비는 냉동 터키(칠면조)를 구입해 냉장실에서 녹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고 크리스마스는 트리나 오색 전구로 집 안팎을 장식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요세미티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도중 벅 메도우란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지나치는데 도로변 모든 기둥은 어김없이 붉은 색 끈과 양말 등의 소품으로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도 크리스마스 꾸미기는 완료된 상태였다. 유럽의 도시를 미국 대륙으로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그 곳에 들 뜬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더해져 초행길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로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바라 보며 금문교로 향했다. 해수면에서 꼭대기까지 200미터가 넘는 2개의 주 기둥에 철선을 늘어뜨려 다리 상판을 매단 금문교는 전형적인 현수교. 다리 총 길이는 1.7마일 다리위로 왕복 6차선 도로가 닦여 있다. 건립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란 기록을 갖고 있고 디자인이 아름답다는 평이 있지만 금문교는 특별히 다를 것도 없는 하나의 현수교일 뿐이었다.

    오늘날 현수교들이 워낙 많고 디자인도 여느 현수교와 다를 바 없어 기대엔 미치지 못했지만 다리가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만,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시닉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다리만 보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금문교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좌우로 샌프란시스코와 마틴 카운티에 가려 시야가 좁을 뿐아니라 일렁이는 파도위로 내리쬔 태양빛이 수천개의 조그만 빛으로 반사돼 고요한 호수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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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 틈에 끼여 금문교 위를 산책해 보는 것도 좋고 다리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만도 좋다. 다리위와 주변엔 4~5군데의 뷰 포인트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만 저 멀리 떠 있는 알카트라즈 섬은 과거 교도소였지만 지금은 관광용으로 개방되고 있다. 이 섬은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1932년부터 1937년까지 수감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한 영화 ''언터처블''도 알 카포네 이야기다. 금문교 아래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피셔맨스 워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일품이다.

    사우살리토에서 금문교를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갈 때 6달러의 통행료를 내야한다. 짧은 예산으로 모금까지 해가면서 건조한 다리여서 아직까지도 통행료를 받고 있다. 다리 남단에는 금문교를 세운 엔지니어 스트라우스씨의 동상이 서 있고 주변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금문교에 서면 태평양 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까마득할 정도로 높다. 금문교는 자살빈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아치교 Bloor Street Viaduct 등과 함께 세계에서 자살시도 빈도가 가장 높은 랜드마크 중 한 곳이다.

    지난 2003년 한 해 동안 이 곳에서 자살한 사람수는 25명, 지난 1937년 다리가 지어진 뒤 지금까지 모두 1300명에 이른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투신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만 쪽으로는 멀리 오클랜드가 아스라이 바라다 보이고 눈앞에 잡힐 듯한 알카트라즈 섬이 사우살리토, 피셔맨스워프 등 아름다운 건물.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기막힌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BestNocut_R]잔잔하면서도 아득한 태평양 쪽 경치를 대하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을 휘감아 도는 뭔가가 느껴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장소로 선택했기 때문일까? 이곳을 처음 찾은 이방인에겐 빠져들고 싶은 매력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금문교의 영상에는 뭔지 모를 애잔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끊이지 않는 자살사건은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의 골칫거리로 대두돼 자살방지시설 설치를 둘러싼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살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시민들의 여론에 따라 2008년 10월 알루미늄 그물망 설치가 결정되면서 자살오명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다리위 보도 진입시간도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엄격히 통제했다.

    20세기초 세계최장의 현수교란 유명세를 타며 샌프란시스코, 미국서부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금문교, 인생에 지친 수많은 영혼들이 유명을 달리한 곳 금문교는 오늘도 20세기의 영상을 오롯이 간직한 채 바로 그 곳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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