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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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던 한 케이블 방송 Mnet의 서버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2''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예선참여자가 134만 명에 달했고 매주 생방송 당시 문자투표 참가자가 평균 70만 명에 달했다.
평균 시청률 8.47%라는 케이블TV 사상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수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도대체 왜 대중들이 이처럼 열광했을까를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중졸 학력에 키도 작고 환풍기 수리공에 행사장 가수 일을 하던 청년이 우승을 하면서 ''한국판 폴 포츠''라는 감동을 안겨주어 화제가 됐는데? = 그렇다. 최종 결승에 오른 것이 허 각과 존 박이라는 두 사람인데, 출신과 학력 등에서 아주 대조적이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면서 180cm인 키와 훤칠한 외모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던 존 박, 그리고 중졸 학력에 163cm, 환풍기 수리공이 직업인 허 각. 당초 많은 사람들은 존 박의 무난한 우승을 예상했다. 두 사람의 ''스펙(경력)''을 비교할 때 당연한 예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밖으로 허 각의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사실 예상대로 존박이 우승했다면 이렇게 더 많은 화제를 낳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허 각의 우승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의 폴 포츠를 연상케한다.
폴 포츠는 영국의 오디션 TV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이며 대중들을 감동시켜 휴대폰 판매원에서 일약 세계적 가수로 성공했다.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거뒀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평범한 아저씨들의 힘과 염원이 허 각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사전 인터넷 투표(10%), 심사위원 점수(30%), 시청자 문자 투표(60%)를 통해 승자를 결정한다. 전문가인 심사위원의 점수는 30%이고 대중들이 70%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실 10대 20대의 청소년과 여성이 주로 참여하던 투표였다면 존 박이 압도적인 우승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남성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남성들의 투표가 허 각에게 몰리면서 그의 우승을 일궜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들어진 스타성보다는 서민들이 참여하고,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었고 그것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팬들이 위로를 받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창력과 실력, 감동의 스토리가 상식으로 통하는 스타성을 뛰어넘는 반전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래서 허 각이라는 우승자는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많은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 것 같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평범한 이들의 성공 신화''에 대한 대중들의 동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로 화제가 됐나?=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율이 2%를 넘으면 큰 성공이라고 하는데 지난 7월 23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처음 3~4%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회인 지난 22일 결선의 시청률이 무려 18%를 넘었다.
같은 시간 방송된 각 지상파 TV의 시청률보다도 두배 이상 높은 것이었다(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7.7%, KBS 1TV ''''뉴스라인'''' 6.8%, MBC ''''MBC 스페셜'''' 6.2%). 특히 결승전 문자 참여가 130만 콜에 달해. 슈퍼스타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도 등장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지 않나?= 우리들에게 낯 익은 프로그램으로는 2002년 미국 폭스TV에서 방송을 시작한 ''아메리칸 아이돌''과 폴 포츠라는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 등이 대표적이다.
Mnet은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의 슈퍼스타K 시즌 3에서는 세계적인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후난성의 위성TV 프로그램인 ''차오지뉘셩(超級女性)''이라는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면서 지난 2005년에는 최종결승전 프로그램 시청자가 최대 4억명에 달했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우승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만 천만명이 넘을 정도였다.
2005년에 많은 화제를 모으며 우승한 리위춘(李宇春)은 일약 중국의 톱스타가 돼 5년간 가요차트 1위곡만 32곡을 부른 신화적인 가수로 성장했고 연예인 최초로 우표에 얼굴이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모두 배경도 없고 평범한 보통사람이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번에 큰 인기를 끈 배경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Mnet 홍보팀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또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직접 평가를 하도록 함으로써 시청자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됐다는 점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엠넷 미디어 마케팅팀의 오지은씨는 "평범한 보통사람, 우리의 이웃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이 과정에 참가하도록 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청자 실시간 투표 방식 도입과 서바이벌 경쟁 방식으로 투명성도 높이고 시청자들이 결과를 직접 만들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인 배국남씨는 "생산과 소비를 함께 하는 프로슈머들이 이 프로그램의 성공과 최종 결승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관련된 스토리를 함께 전달해 저 사람은 무슨 꿈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대 80'' 사회나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나오는 불평등 구조에 불만을 갖고 있는 대중들이 실력과 꿈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표출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스타 지망생이 거의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대중 스타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평범한 일반인이 일약 대중스타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에 특히 자신이 직접 평가를 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요즘 아이돌로 부르는 청소년 그룹들이 기획사들의 철저한 기획과 준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될 것 같은데?= 그동안 연예계는 철저하게 대형 기획사에 의해 주도됐고 이 의도는 주로 10대와 20대 젊은 청소년과 여성층에 의해 주도돼 왔다. 가수의 실력보다는 기획사의 기획 의도와 연출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수들을 봐왔던 대중들이 직접 듣고 느끼는 가수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톱스타의 출연이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제시했다. 기획사의 철저한 기획과 연줄 등을 통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었던 가수지망생들에게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제시했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것이 단순한 문화현상 이외에 새로운 정치 에너지로 전환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 그렇다. 이번 허 각의 우승에는 앞서 기존 연예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남성층의 투표가 큰 역할을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고 뛰어난 배경을 갖고 있지도 않은 평범함에 많은 사람들이 동류의식을 느끼고 그가 우승했으면 하는 기대감에서 투표에 참가한 것이 바람을 일으키며 평범한 사람의 성공신화를 일군 것이다.
사실 이번 것은 문화현상이지만 2002년 월드컵 응원열기와 촛불집회가 대통령 선거와 직결돼 정치변화의 에너지가 된 것처럼 정치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제 "허 각의 스토리를 민주당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대중의 에너지에 주목했던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