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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문인 · 화가들에 의해 정열 · 강인함 ·고결함의 상징으로 예찬되었다. 그것은 추운 겨울에 하얀 눈속에서 빨갛게 피어 노란 꽃술을 드러낸 동백꽃의 자태가 색상의 선명한 대비를 이룰 뿐아니라 그 상징적인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현의 작품 <동백나무>( 맨 위 작품)는 따스함이 묻어난다. 그림 안에서 모가지째 떨어진 동백꽃 송이들은 결연함보다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정함이 느껴지고, 가지에 매달려 있는 꽃들 역시 환한 느낌을 준다. 원래 동백나무 숲은 잎사귀가 짙푸른데다, 가지와 잎미 무성하여 해가 떠있어도 굴에 들어온 것처럼 어둠컴컴하다. 그러나 전씨의 이 작품에서는 동백숲이 노란색 톤으로 채워져 밝은 느낌을 준다.이 작품은 전남 강진군 대구면 마량리 포구의 동백숲 풍경을 담은 것이다. 그곳의 풍경과 느낌을 사진에 담아 그 사진을 보고 다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실제 풍경을 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강진 다산초당 옆 백련사 동백숲의 동백꽃들이 떨어진 풍경을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지금 전병현 작가의 그림 앞에서 백련사 동백숲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강렬하고 친근한 느낌을 갖는다. 실제 풍경보다도 더 친근하게 그린 전 작가의 <동백나무> 작품은 화가가 부르는 절창이리라. 그래서 미술평론가 손철주(학고재 주간)씨는 전병현의 풍경 그림에 대해 "걸어가고 바라보고 노닐고 사는 풍경이 그의 그림에서는 서로 구획짓거나 반목하지 않는다.하여도 그의 염원은 ''너와 내가 들어 있는'' 가유(可遊,노닐고픈 곳)와 가거(可居,살고픈 곳)에 있을 성 싶다."고 평했다. 가유와 가거는 가행(可行,걸어가고픈 곳),가망(可望,바라보고픈 곳)과 더불어 풍경화의 네가지 요소로 꼽힌다(북송대의 산수화론인 ''임천고지''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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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현의 작품<숲>은 아침에 서리가 내린 지리산 청학동의 소나무숲 풍경을 그린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그는 지리산에 갔다가 서리가 내린 풍경이 좋아 사진으로 그 장면을 수십차례 찍은 뒤 그 중 가장 느낌이 잘 반영된 사진을 골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서리에 젖은 느낌의 소나무 형상을 어떻게 표현할수 있었을까? 전 작가는 그 느낌을 매우 흡족하게 형상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것은 한지작업의 특성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작업은 평면그림이 아니라 한지를 이용한 부조형태의 그림이다. 앞에서 소개한 <동백나무> 역시 이러한 형태의 한지부조그림이다. 전씨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나는 도록에 실린 <동백나무>그림을 보고서 유화인 줄로만 알았다. 그의 작품은 반드시 원본그림을 보아야만 그 느낌이 온전히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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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현의 최근 3년간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9월 17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00호에서 150호 크기의 큰 작품 40여점과 작은 크기의 작품 등 모두 50여점이 선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한지로 작업한 것들이다. 광릉 수목원의 자작나무 숲을 그린 작품 <오솔길>과 같은 풍경과, 정물이 주를 이룬다. 정물은 기존의 작업방식과는 달리 원근법이 아닌,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작업을 하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는 앞의 <소나무>그림 한점을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하루 7시간씩 작업에 매달린, 작가의 끈기와 땀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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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으로 올해 53살인 전병헌 작가는 25세 때 제 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화단에 입문해, 31세 때 파리 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파리 대학졸업전 때 한지를 이용한 작품을 출품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만의 독특한 한지부조 영역을 구축했다.
전시기간:9.17-10.10
전시장소:가나아트센터(서울 종로구 평창동)
문의:02-720-1020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