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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150만원, 고급형 500만원을 호가하는 보청기 시장에서 ''34만원''이라는 파격가를 내걸고 보청기 판매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평균 연령 22.1세의 6명의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들 대학생들은 왜 보청기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22일 CBS노컷뉴스가 자초지종을 캤다.
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현(24·가톨릭대) 씨는 4년 전까지만 해도 매월 1000만원 가까이 버는 사업가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전자제품과 명품, 향수 등을 유통하는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고,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한 달에 무려 800만~900만원을 벌었다.
대학 진학도 미룬 채 돈벌이에 매달렸지만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가''라는 물음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슴 헛헛한 시간들이 계속됐다.
그러던중 김씨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을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원준호(24) 씨도 3년 전에는 취업을 앞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를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다.
당시 한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너무 이야기하고 싶은데 귀가 안 들려서 평생 골방에 갇힌 기분이라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관절을 다쳐 8년째 집 안에서만 머물고 있다던 그 할아버지는 텔레비전을 유일한 벗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화면만 멍 하니 바라보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오랫동안 원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던 대학생 김씨와 할아버지의 귀를 열어주고 싶었던 원씨 등 대학생 6명은 지난해 9월 결국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를 만들었다.
주된 고객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다보니 보청기의 가격도 34만원으로 확 낮췄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청각 장애인이 보청기를 구입할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 34만원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사실상 무료로 보청기를 받는 셈이다.
이들은 보청기의 비정상적인 유통구조와 제작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저렴한 가격으로도 질 좋은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원 씨는 "국내 보청기 제조회사 대부분이 스피커와 마이크 등 주요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등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다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대부분이 사용자의 귓속 모양을 직접 본떠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것도 보청기 가격이 비싼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맞춤형 보청기 대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택했다.[BestNocut_R]
기존의 보청기에서 필요 없는 사양을 제외한 제품을 인도 의료기구 제작업체에 OEM 방식으로 주문·판매하면서 가격은 절로 낮아졌다.
지금까지 이들의 도움을 받은 서울과 경기도내 난청 노인은 모두 100여명에 이른다.
딜라이트의 대표 김정현 씨는 "수요는 있지만 정부가 예산 등의 이유로 할 수 없었던 보청기 지원 사업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명감이 크다"면서 "딜라이트를 성공시켜 사회적 가치와 기업적 이익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