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 도중 콜럼비아에서 아나콘다에게 물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개그우먼 정정아가 21일 오후 KBS 도전 지구탐험대 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한대욱기자/노컷뉴스)
''놔! 놔!''라고 말했고 "넣어! 넣어!''라고 들었다?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 물린 후에도 PD가 재촬영을 요구했다며 언론에 고백한 개그맨 장정아가 입장을 바꿨다. 21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당시 촬영을 담당한 정승희PD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오해가 있었다"며 이런 두 사람의 오해를 바탕으로 스포츠지와 일부 온라인 언론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뱀에 물렸음에도 재촬영을 요구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정정아와 정PD는 법률자문을 맡은 진형혜 변호사와 김승섭 변호사 입회 하에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미리 준비한 해명서를 서로 번갈아 읽으며 입장을 정리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당시 아나콘다가 정정아의 오른쪽 팔을 물었으며 직후 아나콘다의 입으로부터 팔을 뺀 다음 왼쪽 손으로 이빨을 뽑아 손에 들고 어쩔 줄 몰라했고, 이를 본 정 PD는 ''놔! 놔!''라고 소리쳤는데 돌발사고로 인한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는 부분.
이에 대해 정정아는 ''놔!놔!''를 ''넣어!넣어!''라고 잘못 들었다며 정PD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결국 이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재촬영을 시도한 PD에서, 오히혀 위기의 상황에서 출연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PD로 바뀐 셈이다.
또한 두 사람은 또 "정정아가 아나콘다의 이빨을 상처 부위에 다시 집어넣은 사실은 없으며 정 PD가 이를 찍기 위해 아나콘다의 이빨을 상처에 집어넣으라고 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두가지만으로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보도내용 중 ''아나콘다에 물렸다''는 부분만 제외하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정정아와 정PD는 해명서를 돌려 읽으며 화해를 지금까지 ''아나콘다에 물렸음에도 재촬영을 강행한 PD''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으나 이같은 화해가 진정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아나콘다라는 대형 뱀''에 물린 개그맨 정정아의 무용담(?)을 들은 한 여자 개그맨이 이를 언론에 제보, 이와같은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독수리의 먹이감이 된 굶주린 아프리카 소녀를 촬영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는 "촬영하기보다 먼저 구했어야 했다''는 비판으로 고민하다, 결국 "촬영한 이후 곧바로 소녀를 구출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제작진과 정정아 간의 화해의 모습에선 그다지 진실이 엿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출연자의 무용담이 동료 개그맨을 통해 옮겨지고 이를 확대해석한 스포츠신문과 일부 인터넷 연예언론의 부추김으로 ''죽음을 담보로 한 재촬영했다''는 식으로 아나콘다의 뱀처럼 부풀려졌다가 ''놔!놔!"를 ''넣어!넣어''로 들었다며 뱀꼬리처럼 얼렁뚱땅 넘어간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 MrVertigo @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