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공연/전시

    변시지,"제주의 폭풍에 맞선 노화가"

    • 0
    • 폰트사이즈

    롯데갤러리 본점,<변시지 개인전-검은바다>,8.3-8.31

    gg

     

    변시지 화백의 작품<의지>(2000년,바로 위작품)와 <태풍>(1993년,바로 아래 작품)은 같은 소재이다.거센 풍랑이 섬을 덮치고, 그 섬 위에는 말과 말을 감싸고 있는 목동, 그리고 바람을 견디는 소나무와 돌담집이 그 위태로움을 실감케 한다. <태풍>은 섬이 왼쪽에 위치해 침몰할 듯 위태위태한 인상을 주는 반면 <의지>는 섬이 오른쪽에서 바다의 한가운데 방향으로 위치해 있으면서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풍랑을 이겨낼 듯한 힘이 느껴진다.<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풍랑을 만난 뱃사공이 파도와 하나가 되어 그 물결을 따라 배를 젓는 기술을 터득하여 살아났다는 고전 속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gg

     

    변화백의 작품 <폭풍 속 기다림,바로 아래 작품>(1999년)은 섬 위의 한그루 소나무 아래 말 한마리가 바다를 내려다고 보고있다. 가물가물 보일듯 말듯한 일엽편주에 말의 시선이 가있다.거센 풍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서 있는 말의 위용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이에 감응함으로써 그로부터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수혈받는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진다.

    gg

     

    위 세 작품에서 바다가 온통 누런색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변화백의 작품은 바다뿐 아니라 하늘까지 누런색으로 그려진다. <거친 바다, 젖은 하늘>(1996년,바로 아래 작품)은 수평선이 있는 듯 없는 듯 가는 선으로 경계를 드러낼 뿐 바다와 하늘이 하나다.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 노을이나 안개에 뒤덮인 풍경에서 붉은색이나 잿빛 풍경의 하늘과 바다는 익숙하지만 실제 풍경에서 누런색 하늘과 바다는 낯설다. 이에 대해 변시지 화백은 이렇게 회고했다."제주도로 간지 3년째 되던 해인가 공항에 내렸는데, 태양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면서 고유색상이 모두 변해 누렇게 보였다. 제주도 풍경이 변하면 누런색이 아니겠어?그로부터 1-2년 후에 누런색으로 묘사하게 되었다"고.

    gg

     

    변시지 화백이 제주에서 머문 이후의 작품은 대체로 누런색 묘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1992년의 <검은 바다>시리즈의 몇몇 작품들만이 검은 색조를 띠고 있다.

    변시지 화백은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찾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49살에 제주도에 들어간 변화백이올해 84살이 되었으니 그의 제주생활도 35년째다. 그의 66년 화업 중 제주도에서 보낸 세월이 더 많다. 이제 그는 제주의 향토적인 풍광을 소재로 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gg

     

    1927년 제주 태생인 그는 일본 유학을 통해 미술공부를 한 뒤 23살의 나이로 일본 ''광풍회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NHK방송의 한 주간 토픽뉴스로 방송될 정도로 탁월한 미술적 재능을 발휘한다.

    변화백은 1957년 고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던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 ''비원''풍경 묘사에 몰두해, 1971년 일본에서 ''비원''을 테마로 한 풍경화 18점을 발표한다. 그러나 그는 보다 더 한국적인 것을 찾던 중 1975년 제주대학교사범대 미술교육과 교수 발령과 함께 제주도에 눌러 앉아 제주의 풍광을 애인삼아 살고 있다. 변화백의 작품 소재는 주로 제주의 바람과 파도,해녀, 돌집, 말,목동이 등장한다. 그 중 까마귀들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 특이하다. 육지에서 흉조인 까마귀는 제주에서 길조이다. 거센 풍랑의 바다 위에서 날개짓을 하며 솟아오르는 까마귀들의 모습을 담은 <생존>(2005년, 아래 작품)은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gg

     

    변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말과 목동, 말과 소녀, 말과 해녀 등은 왠지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제주에서 말은 인간과 생사고락을 나누는 벗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특히 소녀에게는 수호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작품 속 말은 작가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폭풍 속 기다림>(1999년)에서의 말처럼, 작가는 제주의 자연을 초극한 채 강인한 자세로 바다 먼곳으로부터 쪽배를 타고 오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색상과 소재에서 제주만의 풍광과 정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변시지 화백의 화풍은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지호 화백은 ''변시지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그의 작품은 먼 유럽에도 없고, 가까운 일본에도 없다.이것이 그가 위대한 이유다." 그래서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향토가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설명한다."한 지역의 흙과 바람과 태양은 그 속에서 자란 예술가의세계를 형성하는 데도 결정적인 자양이 된다"고.

    ☞변시지 화백 인터뷰:향토적인 것이 작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AOD:1}일본에서 23살의 나이로 최연소 관전 최고상을 수상한 변화백에게 한국에 들어와 그것도 서울이 아닌 제주로 들어간 것에 후회가 없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제주에 가서 지금의 그림이 나온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만족합니다."

    60년 화업의 변시지 화백의 전시회,<검은 바다>전이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검은바다,폭풍 시리즈 대작 35점이 선보인다.[BestNocut_R]

    전시기간:8.5-8.31
    전시장소:롯데갤러리 본점(서울시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얼 9층)
    전시문의:02-726-4428~9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