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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여성 2인조 힙합 뮤지션 ''블랙리스트''가 가요계에 데뷔했다.
''블랙리스트''는 치타(Cheetah, 본명 김은영, 20)와 루시(Lucy, 박소현, 18)로 구성된 여성 힙합 그룹. 1년 6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최근 정식 데뷔했다. ''블랙리스트''는1999년 여성 힙합 듀오 ''타샤니''(윤미래, 애니)를 기획했던 기획자 박준섭 씨의 손을 거쳐 가요계에 입문했다. ''제2의 타샤니''가 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두 사람은 "우리는 100% 라이브만 하는 그룹"이라며 "윤미래만큼 대단한 가수라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타이틀곡 ''''스톱(STOP)''''은 영국 유학파 출신의 신예 작곡 팀 24K이 작곡한 사우스 힙합 (South Hiphop) 스타일의 곡이다. 물질 만능시대에 살지만 여자의 진실한 사랑은 돈으로 얻을 수 없다는 내용의 노래다.
''블랙리스트''라는 그룹명은 소속사에서 지어준 것. 두 멤버는 "강렬하고 힙합 느낌이 강한 이름을 찾다가 ''블랙리스트''라는 그룹 명을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이름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 개그우먼 김미화가 ''KBS에 출연 금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당시 일 때문에 데뷔를 조금 늦췄다"고 전했다.
두 멤버는 여느 걸그룹 못지 않게 예쁜 외모를 자랑한다. 끼와 재주가 많다는 게 소속사의 얘기다. 그런데 왜 걸그룹으로 데뷔하지 않고 힙합 그룹으로 시작했을까. 두 사람의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니 의문이 풀렸다.[BestNocut_R]
랩을 메인으로 하는 치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중퇴한 후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길거리 공연 등을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2007년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 음악에 대한 꿈이 크기 때문이다. 치타라는 예명은 과거 그의 별명이었다. 여자 가수 이름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치타는 "상관 없다"며 웃었다.
치타는 2007년 검정고시 준비 당시 횡단보도를 건어가다가 버스에 치이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 달간 의식이 없었고, 1년간 병원 신세를 졌다.
"부산에서 부모님이 올라오는 도중에 1차 수술을 했지만 계속 의식이 없었죠. 나는 의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당시 머리에 피가 차서 인공뇌사를 시켜 피를 빼는 방법과 2차 수술을 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었대요. 그런데 인공뇌사를 시키는 방법은 후유증은 없지만 생존 확률이 낮았고, 수술은 생존 확률은 높았지만 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았죠. 부모님이 첫번째 방법을 택하시면서 지금의 제가 있게 됐어요. 저에겐 지금이 두번째 인생이죠."(치타)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치타는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갖게 됐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인생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게 되더라"는 게 그의 얘기다.
"살아 있을 때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죽을 때 후회가 없겠죠.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저는 모든 일이 절박해졌어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요."(치타)
현재 그는 건강을 완전하게 되찾고 꿈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울증과 불면증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남아있긴 하지만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머리를 다쳤기 때문에 더 열심히 머리를 쓰고 있어요. 그림도 좋아해서, 홍보 CD 겉면에 있는 그림도 제가 그렸죠. 랩은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울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노래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할게요."(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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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을 맡은 루씨 역시 개성이 넘친다. ''루씨''라는 이름은 켄타우르스 자리에 있는 다이아몬드 행성의 이름에서 따온 것.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
루씨는 현재 대구 경북 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루씨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신여성'' 할머니 덕분에 한 때 디자인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그림이나 디자인보다는 음악에 대한 꿈이 더 커 현재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아버지가 가수 활동에 대한 반대가 컸어요. 하지만 끝까지 밀어부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걸그룹 멤버가 되면 외모도 많이 꾸며야 하고 이미지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콘셉트의 그룹으로 나오니까 마음대로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루씨)
소속사에서는 두 사람에 대해 "둘다 노래도 잘 하고 랩도 잘 한다. 그런데 각자 랩과 노래를 조금 더 잘 해 메인 보컬과 메인 래퍼를 나눈 것 뿐"이라며 "끼가 많아서 보여드릴 것도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블랙리스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온리 원(Only One)''의 그룹이 되고 싶다"며 "뮤지션으로 남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 중이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