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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스페인은 달라요'' 축구 비판했던 스페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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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소장품>전,7.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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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미술의 관계는? 그리고 미술과 스포츠의 관계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변은 공교롭게도 스페인축구팀이 2010년 월드컵경기에서 우승하던 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 관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12일 한·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언어의 그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 개막에 맞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한 마리 관장은 먼저 언어와 미술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말은 공기와 같아서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늘을 만들 수 없다. 언어는 발화됨으로써 그늘을 만들어낸다." 즉, 언어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시 제목이 왜 ''언어의 그늘''인가? 마리 관장은 "그늘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모든 예술의 기본이 된다. 조각작품도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그 실루엣이 아름다워 탄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언어는 발화함으로써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림자를 드리운다. 뒤집어 얘기하면 언어· 시각· 조형 예술로 형상화된 모든 창조물들은 언어로 환원이 가능하며,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언어와 미술작품''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문학, 정치, 대중매체 등과 미술작품과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그것을 시(詩), 쓰기와 행위, 정치적 표현, 미디어, 연극과 영화'' 등 8개의 소주제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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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과 스포츠의 관계는 어떠한가? 마리 관장은 이 질문에 대해 "후안 라바스칼(Joan Rabascall,75세)의 작품을 보면 궁금증이 풀릴 것"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미술이 스포츠정치학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르셀로나 출신인 라바스칼은 <<스페인은 달라요>>(1975년) 시리즈 중 <문화>와 <득점>이라는 작품에서 축구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문화>는 TV 화면 안에 축구공 7개가 가득차 있고, 자막에 ''문화 CULTURA''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그 옆에는 권총 그림이 있고, 총구가 TV쪽을 겨누고 있다. 또,<득점gol!>은 수많은 군중들이 골 득점에 열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장면 옆에는 교회당마다 다른 미사시간표가 걸려 있다. 축구경기가 종교보다 훨신 강력한 통합의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대비시킨 것이다.

    라바스칼의 <<스페인은 달라요>>는 스페인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의 관광을 위한 광고를 제작하는데, 그때 쓰였던 광고 문안이 ''스페인은 달라요''이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은폐하고 스페인의 햇살, 오렌지, 춤 등 관광객을 끌어들일 려한 광고를 유럽과 세계로 홍보했었다. 라바스칼은 이를 비판하고 있다. 라바스칼은 동일한 광고 문안을 차용하여, 당시의 정치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라바스칼이 말하는 스페인은 ''정말 다르다.'' 당시 스페인은 다른 국가와 달리 권총으로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고, 축구나 스포츠로 국민의 눈을 현혹하기도 했다. ''다르다''라는 말은 이렇듯 말을 사용하는 주체와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다양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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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출발의 선''주제관에는 시인이자 미술가인 마르셀 브루타에스의 16mm 고전 필름이 관객을 맞이한다. 영상에는 젊은 시인이 비가 쏟아지는 야외에서 잉크를 적셔 펜으로 시를 써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리는 빗방울이 방금 쓰여진 시를 지워버리지만, 시인은 계속 시쓰기 작업을 해나간다. 작가는 이 영상작품을 통해 시의 탄생과 발화된 언어, 그리고 시와 정치의 관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다른 기하학''주제관에서는 상징 기호와 오브제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을 창작해낸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안토니 타피에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타피에스는 흙을 비롯한 다양한 료를 활용하였다. 그는 동양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십자가를 작품에 담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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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과 극장'' 주제관에서 리타 맥브라이드의 <아레나(원형경기장)>는 투우장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현대의 대규모 회의장이나 공연장이 획일적인 데 반해, 이 작품은 자연친화적이며 실용성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이 관에서는 또한, 사무엘 베케트의 실험미술 필름을 만날 수 있다.

    언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스페인의 대표작가를 중심으로 작가 63명의 작품 138점을 선보인다. 언어의 특성에 대해 마리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언어는 깨지기 쉽고,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그래서 언어는 역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조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작품 관람을 통해 관객들은 각각의 미술작품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기의 언어로 이해하고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마리 관장은 강조한다. "미술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언어처럼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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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작가 및 작품 수 : 63작가 138점 전시
    전시부문 : 회화, 조각, 드로잉, 미디어, 영상 등 전 부문
    전시설명회 : 평일 오후 1시, 3시 토 · 일 - 5시 추가. 2시 영어 설명
    관람료 : 5000원
    국립현대미술관홈페이지 www.mo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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