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석, 김희정 부부가 집들이 손님들로부터 기도하는 커플 동상을 받고 즐거워 하고 있다(남궁성우 기자/노컷뉴스)
''깨소금이 쏟아지네요!''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임기중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34)이 결혼 4개월여만에 신혼집과 집들이 풍경을 공개했다.
17대 국회 최연소 당선에 이어 현역의원으로 임기중 평범한 직장인과 결혼하면서 화제가 됐던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34),권기석 부부가 남편 직장동료들을 초대해 집들이하는 소박한 모습을 CBS 노컷뉴스에 단독 공개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의 30여평 짜리 아파트 5층집은 그야말로 ''심플'' 그 자체였다. 자그마한 거실벽에는 군더더기 없이 결혼 사진이 대형액자로 하나 걸려있고 쇼파와 요즘 신혼부부들이 즐겨 들여놓는 평면 TV 한대와 비디오 DVD 플레이어가 전부다. 결혼 기념 작은 사진 액자들만이 여기저기 배치돼 신혼집임을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음식의 컨셉트는 항도 부산 갈매기식 때아닌 장대비가 하루종일 쏟아지던 13일 오후 4시. 김희정 의원은 어렵게 잡은 집들이 준비로 분주했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여느 새색시와 다름 없어보이는 김의원은 이날 15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주방을 왔다갔다했다.
일치감치 퇴근한 남편 권기석 씨도 ''의원'' 아내를 도와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우고 준비한 상에 음식을 나르느라 바람소리가 나도록 움직였다.

"오빠야, 이건 저기다 놔야지. 간좀 봐봐! 너무 짜지않아? 이정도면 회사분들 맘에 들까?"
김의원의 걱정반 긴장반의 목소리가 떨렸다. 얼마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X 파일''과 관련해 도청 문제로 호통치던 당당함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덧 새색시의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스런 모습만이 가득했다.
부산이 고향인 김의원은 ''어떤 음식으로 집들이 손님들을 대접할까?'' 며칠전부터 고민했다. 결국 자신의 고향에서 즐겨먹는 회감으로 결정하고 친정어머니에게 SOS를 쳤다. 한창 가을 전어철인지라 부산에서 전어를 긴급 공수해 온것이 이날 음식의 포인트. 소라와 전복도 데쳐 함께 했다.
지역 서민들의 먹거리로 빠질수 없는 부산오뎅도 곁들였다. 대학에 들어와 10년간을 서울서 기숙사와 자취 생활을 해오면서 직접 음식을 해먹었던 터라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내가 먹는것과 남들앞에 내놓는 것은 분명 떨리는 일. 김의원은 조리는 간단하고 대신 싱싱한 횟감을 내놓는 전략으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여느 집들이집처럼 화기애애 이윽고 오후 7시, 퇴근을 서두른 신랑 권기석 씨의 직장 동료들이 장대비를 뚫고 속속 도착했다. 권 씨는 현재 LG CNS 하이테크 사업본부에서 대단위 기업과 병원 등에 유비쿼터스를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SI 엔지니어들이 대부분인 직장 동료들은 부장에서부터 대리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는 선후배들로 이날의 집들이 주빈들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습관이 배어 나와서 일까? 김의원은 앞치마를 두르고서 손님들이 집으로 들어서자 악수를 먼저 청한다. 여자가 먼저 청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라고 설명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듯했다.
"손님들이 곧 더 도착하신다고 하니 그때 식사를 합시다." 순간 김의원의 화법에서 어딘지 모르게 마치 매일 오전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말하던 투가 묻어나왔다. 김의원은 자신도 머쓱한지 빙긋이 웃었다.
오자마자 작은 집 투어를 시작한 동료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이들부부가 한이불을 덮고 자는 신혼방. 과연 국회의원 부인과 함께 배겟머리 송사라도 이뤄질 법한 침실은 어떨지 궁금해했다. 방을 들여다본 이들의 이구동성 반응은 ''너무 소박하군!''
달랑 더블 침대하나에 특별한 조명도 없고 아직 못도 박지 못해 바닥에 세워둔 대형 결혼사진 판넬 두개가 덩그라니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오기로 한 손님중에 8명이 도착했고 다른 동료들은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아 못오자 이내 식사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남편 권기석 씨가 주도했다.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로 부드러운 매너가 몸에 밴 권 씨는 직장동료들에게 술을 권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여느 신혼부부에게처럼 사소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월급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이에 대한 대답은 김의원이 먼저했다. "아직 남편 월급 손에 쥐어본적 없어요."권 씨의 부연설명이 잇따랐다. "자기가 바빠서 관리할 수 있겠어? 그래서 관리하기 더 용이한 내가 하겠다고 하니까 당신도 안줬잖아." 결국 이들부부는 각자 관리에 들어간 사실이 은연중에 공개됐다. ''부부 싸움은 해보신적 있어요?'' 역시 질문이 이어졌다. 상대를 받아주는 데 탁월한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권 씨 덕에 아직 부부싸움은 없었다고...
한 직장 동료가 "하긴 워낙 직장내에서도 여자들에게 친절하니까.." 그러자 김의원도 자극이 된 모양이다. 순간 힐끗 남편 권 씨를 흘긴다.
2세계획?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여느 신혼부부처럼 파랑 분홍색의 커플 티를 맞춰입은 권기석-김희정 부부.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어색한 시간이 흘러가자 권 씨의 직장동료들은 아직도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 새댁이 여전히 낯설면서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는 눈치다.
한 동료는 "나보다 우리 집사람이 진짜 팬"이라며 "싸인받아 오라고 했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동료는 "TV에서 볼때는 항상 드레스 차림의 정장이라서 나이가 있어보였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훨씬 어려보인다"고 놀라워 했다. 역시 정치에 관심많은 또 다른 동료는 "TV에서 높은 관리들을 호되게 질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도착한 결혼식 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그날을 추억하던 부부는 어느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김의원은 2세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역시 힘닿는대로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신분이지만 가정에서는 나역시 한 남자의 부인"이라며 "여느 직장인과 같은 남편을 보면서 상사 눈치보고 야근하느라 늦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른 아내들이 느끼는 똑같은 심정으로 공감한다"고 얘기했다.
어느덧 시계는 11시를 가리켰다. 내일의 바쁜 하루를 준비해야 하는 손님들은 자리를 파하고 일어섰다. 배웅하고 돌아온 부부는 이제 끝났다는 안도와 함께 남은 음식상 설거지할 생각에 긴 숨을 내몰아 쉰다. "오빠 그래도 나 오늘 잘한 거지?""그럼!"권기석-김희정 부부가 집들이를 준비하는 자세는 여느 신혼집과 다름없었다.

글*사진=노컷뉴스 남궁성우 기자socio9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