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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육상,합기도,태권도 등을 두루 섭렵했다. 6학년 때 태권부에 들었지만 중학교 태권도부 코치님이 무섭다는 소문에 입부를 포기했다. 대신 집 근처 인천 부광중학교 교문 앞에 ''전국체전 사격 금메달''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보고 ''멋지다''는 생각에 무작정 부광중학교에 입학, 1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 후, 플래카드를 보고 ''명사수''의 꿈을 키운 소녀는 여자 공기권총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그가 다니는 인천 예일고(교장 : 이순통) 교문 옆 담벼락에는 ''제1회 아시아청소년대회 금, 제3회 아시아공기권총선수권대회 은, 동메달''이라는 플래카드가 나풀거린다. 인천 지역 중학교 사격 후배들에게 그는 롤모델이다. 제1회 싱가포르 하계 청소년 올림픽(8월 14~26일) 여자 공기권총 한국대표로 선발된 김장미(18, 인천 예일고 3학년) 얘기다.
김장미는 김용(공기소총, 서울고), 고도원(공기소총, 압구정고), 최대한(공기권총, 정선고)과 함께 청소년 올림픽에 나간다. 올해 미추홀기, 충무기, 경호처장기, 한화회장배 4개 대회 본선 합산기록이 가장 높아 대표로 뽑혔다. [BestNocut_L]
중학교 3학년 때 소총에서 권총으로 바꾼 김장미는 공기권총 10m가 주종목이고, 화약권총 25m가 부종목이지만 두 종목 모두 능하다. 특히 작년 10월 대전 전국체전에서 화약권총 25m 시합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예선 성적 7등으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죠. 점수 차가 커서 ''결선에선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개인최고기록(579점) 낸 거에 만족하고 있었죠."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총출동한 만큼 결선에선 더욱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20발을 모두 쐈지만 3위 호명 때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실망감이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곧이어 ''2위 김장미''라는 방송이 나왔다. "예상 못한 은메달이라서 너무 기뻤어요. 선배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그때부터 제 이름을 아는 선수도 부쩍 늘었죠."
지난해 7월 제1회 싱가포르 아시아청소년대회도 그에겐 평생 잊지못할 시합이다.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금메달(공기권총)을 딴 기억도 소중하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아서다. "1주일간 있었는데, 현지 자원봉사팀에 있던 태국인 친구랑 한국인 유학생 언니랑 친해져서 공항에서 헤어질 때 눈물이 났어요. 태국인 친구는 나중에 한국에도 놀러왔었죠." 김장미는 "그땐 친구들 줄 선물도 안챙겨 갔었지만 8월에 싱가포르에 다시 가면 한국 과자를 많이 사갖고 가서 나눠주고 싶다"며 웃었다. 청소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거두는 것못잖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설레인다는 그다. 현지에서 쓸 영문이름은 물론 ''Rose''다.
작은 체구와 곱상한 외모와 달리 김장미는 승부욕이 강하다. "경기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면 실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막상 시합 들어가면 지기 싫어서 열심히 하죠." 인천 예일고 사격부 오태용 감독은 "(장미는)시합에서 느끼는 점이 있을 때면 항상 일지에 기록한다. 그만큼 준비성이 철저하고, 고집도 세다"고 했다. ''라이벌이 누구냐''는 물음에 그는 "말하기 싫다"고 했다. "저보고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해요.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칼을 간다나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같은 관계냐''고 재차 묻자 "너무 유명한 선수들이라 저랑 비교하긴 그렇다"며 웃었다.
사격은 정신적인 요소가 강조되는만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 잘 쏘다가도 오발탄 한 발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순식간에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다. 잠깐의 흔들림을 다잡지 못해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겁없이 쏘는'' 10대 사수이지만 아무래도 노련한 20,30대 선배들보다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저는 스스로를 믿어요. 초반에 못쏴도 후반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보면 익숙해져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경험이 재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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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김장미는 슬럼프에 대한 생각도 유연하다. "슬럼프는 자기 슬럼프라고 생각하면 슬럼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다시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죠. 그래서 슬럼프가 와도 못느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싶다"는 ''사격소녀'' 김장미. 하반기에는 7월 독일 세계선수권대회, 8월 청소년 올림픽 등 일정이 빠듯하지만 성공과 좌절을 두루 경험하면서 기량뿐 아니라 마음도 한 뼘 자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티켓을 놓쳤어요. 역시 ''주니어와 시니어는 다르구나'' ''아직 멀었구나'' 많은 생각이 들었죠." 당차고 똑부러지는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이내 당당한 말투를 되찾았다.
"국가대표가 되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싶어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처럼 저도 늘 꾸준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60세까지 현역으로 뛰어서 최고령 사격선수로 남고 싶어요."
김장미 프로필 |
생년월일: 1992년 9월 25일 가족관계: 부모님, 오빠, 여동생 출신학교 인천 개흥초-인천 부광중-인천 예일고 혈액형: B형 좋아하는 가수: KCM 취미: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