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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베이징에는 중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전인대 대표 2천9백여명과 정협대표 2천2백여명 그리고 중앙정부의 고위관계자 등 중국을 이끌어가는 5천여명의 대표들이 모여 국가대사를 논의한다.
모든 언론은 양회에 대한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양회를 전후한 기간에는 각종 사건사고나 부정적인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중국언론은 물론 수많은 외신이 전인대 개막식에서 이뤄진 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큰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원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중국의 추가적인 대대적 경기부양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오보로 인해 세계증시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양회 기간중에 이뤄진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의 환율정책에도 외신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전인대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져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신들이 이처럼 중국의 양회에 대해 갖는 관심과는 달리 중국인들이 양회를 보는 시각은 냉담 또는 무관심하다.
올해 양회에서 중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민생문제였다.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소득분배시스템, 치솟는 부동산 가격 안정, 그리고 의료난과 교육난 등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부패의 척결방안에 대해 뭔가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전인대나 정협에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정서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정협 체육계 분과회의에서 중국 국가체육총국 부국장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저우양(周洋) 선수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BestNocut_R]
그는 저우양이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부모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부모에게 감사하기 전에 마땅히 국가에 먼저 감사해야 한다''고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양은 이 발언이 보도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국가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맨 뒤에 부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네티즌은 저우양이 열심히 뛴 것 자체로 애국을 한 것이고 우승을 한 뒤 감격에 겨워 솔직하게 부모에게 감사한다고 한 것이 뭐가 잘못이냐며 체육총국 부국장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6일 정협의 사회복지 분과 회의에서는 한 위원이 40분간 발언하면서 전반 20분은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대한 찬양과 자기 자랑을 늘어놓은 뒤 남은 20분 동안 흡연문화 개선과 길거리에 침을 뱉지 말기 방안을 제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 대표기구라고는 하지만 국민입장에서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를 질책하는 모습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부동산 가격안정대책이나 부패척결 문제에 대한 건의나 발언도 튀는 이색주장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받는 주장을 찾기가 힘들다.
중국인들은 관료사회에서 이뤄지는 얘기를 자다쿵假大空)이라고 한다. 자다쿵은 자화(假話) 다화(大話) 쿵화(空話)의 앞글자를 딴 말로 거짓말, 과대포장된 얘기, 공허한 빈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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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어떤 모임이든 대회에서든 항상 수식어로 따라다니는 상투적인 말 즉 타오화(套話)다. 그래서 전인대 대표를 ''타오화(套話)대표'', 정협위원을 ''쿵화(空話)위원''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전인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보다, 또 장밋빛 청사진을 잔뜩 제시하는 것보다, 자다쿵과 타오화 없이 서민들이 관심을 갖는 집값문제나 의료와 교육 등 실질적인 복지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풀리는 진정한 대표기구가 중국국민들은 아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