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연극보기] 테이프원작 : 스테판 벨버, 연출 : 최형인, 출연 : 유오성 김경식 김보영, 제작 : 한양레퍼토리, 7월 22일~8월 15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 8월 25일~9월 16일, 한양레퍼토리시어터
도청 공포와 도청 테이프에 관련된 사건들로 나라가 시끄러운 이때, 도청한 테이프를 소재로 한 연극이 올려졌다.
연극 ''''테이프''''. 하지만 이 연극은 그 소재 보다는 영화 배우로 알려진 유오성이 8년여 만에 자신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
''''영화 스타의 연극 복귀''''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보면 연극 자체는 단아하기 이를데 없다. 특별한 무대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 3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에 연극 전체가 기댄다.
이 점이 ''''배우'''' 유오성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점이다. 스크린 속 ''''스타''''의 모습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낯선 모습일 수 있겠지만 온몸으로 열연하는 그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이 연극의 가장 큰 재미 중의 하나다.
유오성의 역할은 마약 중계상 빈스. 빈스는 마약중계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천진하게 자원봉사 소방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진 특이한 인물.
''''연극 속 모든 등장인물들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본다''''빈스가 10년 만에 고등학교 시절의 절친한 친구였던 존(김경식 분)을 한 모텔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윤리와 이성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영화감독 존이 빈스를 만나는 순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존의 도덕적 훈계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대사 대결은 불꽃을 튀긴다.
두 사람의 언쟁 가운데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은 빈스가 사랑했던 고등학교 동창생 에이미(김보영 분)를 존이 강간했었냐의 여부. 빈스는 존의 ''''자백''''을 테이프에 몰래 기록하고 이 테이프를 둘러싼 세 사람은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든다.
단순한 스토리.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된다.
특히 맥주로 세수를 하고, 신경질을 곧잘 내는 등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가진 마약중독자이면서도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내면을 가진 이중적인 빈스 역을 능란하게 소화하는 유오성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유오성의 대학 시절 스승인 최형인 한양대 교수가 연출을 맡은 만큼 그를 딱 맞는 배역에 던졌을 것은 당연한 이야기. 거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스타''''는 아니지만 극단의 간판 연기자로 연극에 함께 출연한 김경식과 김보영의 연기도 유오성에 뒤지지 않는 ''''내공''''을 보여준다.
''''테이프''''는 국내에서는 초연되는 작품이지만 이미 미국에서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적이 있고 연극에서는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연기를 감상하면서 그 자리에 헐리웃 스타들의 얼굴을 잠깐씩 대입해 보는 것도 이 연극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김규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