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언니, 오빠들이 너무 잘해줘서요."
11살 한소이(의정부 신동초등)가 말하는 ''드라마 촬영이 좋은 이유''다.
소이는 KBS 드라마 ''겨울연가''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 엄청난 한류 열풍을 일으킨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시리즈 중 완결편 ''봄의 왈츠''(제작 윤스칼라)의 아역 주인공.
''연기하는 일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촬영다니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해서 너무 좋아요"라며 천진한 눈빛을 뿜는 초등학교 5학년생.
범상치 않은 연기와 천진함을 함께 가진 소녀하지만 그 평범하고 어린 모습과 달리 소이는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전 이쁜 옷 싫어요. 이쁜 척 하는 것도 너무 유치해요"라는 ''씩씩한'' 모습의 소이에게 변변한 프로필 사진 한 장 있을리 만무.
수많은 프로필 사진첩들 속에 소이가 4년 전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이 끼어 있었고 무거운 사진 더미를 뒤지던 제작진 앞에 이 사진이 ''툭'' 떨어지면서 윤PD의 눈을 사로잡았다.
제작진은 연락처 하나 적혀 있지 않은 사진 한 장을 들고 몇 달을 수소문한 끝에 소이를 찾았고 "드라마 출연은 생각해 본 일도 없다"는 어머니를 설득, 촬영에 참여시켰다.
윤석호 PD와의 1대 1 인터뷰에서 ''잘하는 게 뭐니''라는 질문에 "할줄 아는 것 없는데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천진한 소녀였지만 판박이로 찍어낸 듯 장기 자랑을 척척 해내는 연기학원 출신의 연기자들과는 다른 매력이 제작진을 사로잡았다.
"윤석호 감독님 드라마는 본 적이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소이. TV를 보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겨울연가''의 인기나 윤석호 PD의 명성을 이전에 들었을 리 없는 소이에게 드라마 출연은 ''즐거운 놀이''이자 ''신나는 여행''이었다.
"이쁜 척 하기 싫어요"라는 예쁜 말괄량이지난 한학기의 대부분을 드라마 촬영의 주무대인 전라남도 청산도에서 보내며 촬영 일정을 소화했지만 요즘 아이 답지 않게 컴퓨터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집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소이에게는 드넓은 놀이터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처음 하는 연기지만 씩씩하게 제작진들 앞에 섰고 때묻지 않은 소이의 연기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카메라에 차곡차곡 쌓였다.
얼핏 1980년대 헐리웃 스타 피비 케이츠를 닮아 보여 ''학교에서 따르는 남자친구가 많냐''고 물어봤지만 "예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어요"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윤석호 PD에 의해 발탁돼 소이와 자주 비교되는 영화배우 문근영에 대해서는 "언니가 출연한 영화들 봤어요"라며 말하는 모습이 자신을 아직 탤런트라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듯.
"드라마가 방송될 때 까지는 아무것도 실감하지 못할 것 같아요"라며 아직은 연기라는 것이 낯선 소이지만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어 다시 한번 한류 열풍을 일으킬 ''봄의 왈츠''의 ''얼굴''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