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논란을 빚고 있는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홍 대사의 자진사퇴가 순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홍 대사 문제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홍 대사 거취문제 직접 언급하지 않아 노 대통령은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행위에 대해 국정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뒤
"불법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고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공개를 함으로써 과거에 저질러졌던 정,경,언 유착 등 범죄를 은폐하지 말고 법적, 도적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과, 공개되지 않은 그 이외의 다른 범죄행위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따라서 이는 어려운 판단의 문제"라며 "이후 책임있는 당국자들과 협의하고 사회적 공론을 들어가면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홍석현 대사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어 경질시킬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대사에게 책임을 물으면 97년 대선자금 문제가 전면에 불거질 우려가 있는 만큼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도청의 내용에 대한 수사에 대해선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은 채 불법도청행위에 대한 국정원의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직 노 대통령이 홍 대사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 공론을 들어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론을 들어가면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 그러나 홍 대사 자진사퇴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사회적 공론을 들어가며 결정할 일''이라는 발언에는 홍 대사의 자진사퇴가 순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BS정치부 김재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