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희 목사 제공우리는 '다음세대'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 속에는 익숙한 전제가 숨어 있다. "우리가 가르치고, 그들이 이어받는다." 예전에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배움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렸다.
중국집 주방을 떠올려보자. 처음 들어가면 요리는커녕 물부터 나른다. 1년. 그 다음은 불 때는 법을 배운다. 또 1년. 그제야 면을 만질 기회가 온다. 그것도 몇 년. 양념은 아직 멀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버텨야 어느 날 주방장이 말한다. "이제… 주방은 네 거다." 배움도, 권한도, 시간과 함께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삶도 비슷했다.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쉽게 살림을 맡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지켜보고, 견디고, 인정받은 뒤에야 어느 날 광(창고)의 열쇠를 건넨다. "이제 이 광(집)은 네가 맡아라." 그 순간이 바로 '세대교체'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요즘은 며느리가 먼저 말할지도 모른다. "어머님, 요즘은 김치 이렇게 담그면 덜 짜고 맛있대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조용히 물으신다. "그거… 어디서 배웠니?" "유튜브요" 이제는 광 열쇠보다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우리는 이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기존의 질서가 크게 흔들린, 이른바 '포스트모던' 시대다. 배움의 방향이 바뀌었다.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배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컴퓨터,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 개통 하나 하려 해도 자녀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이제는 "내가 가르친다"보다 "좀 알려줄래?"가 더 자연스러운 시대다.
그래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제 '다음세대'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이미 '현재'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이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넘겨주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교회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자주 묻는다. "왜 다음세대가 교회를 떠나는가?"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 있다. 부모의 종교를 그대로 이어받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어릴 때는 부모의 신앙 안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이 되면 달라진다. "나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이제 믿음은 자동으로 '상속'되지 않는다. '선택'한다.
흥미롭게도, 이 변화는 세속 사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요즘 사람들은 광고보다 리뷰를 더 믿는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도 '진정성'이다. 조금이라도 "가짜 같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등을 돌린다. 신앙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다음세대는 믿음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더 '진짜'를 찾는 세대다. 형식보다 본질을, 권위보다 진정성을, 강요보다 설득을 원한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신앙, 그것을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진짜 하나님을 원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네트워크로 가장 많이 연결된 세대가 가장 깊이 외로운 세대가 되었다.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지만 내면은 더 불안하고 고립되어 간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나님은 더 절실하다. 단지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제 믿음은 유산이지만, 동시에 선택이다. '설명된 하나님'이 아니라 '경험된 하나님'을 통해 세워진다.
많은 경우, 다음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믿음의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믿음의 '진짜'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믿어라"는 말은 들었지만,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모습"은 충분히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이제는 가르쳐서 전수하는 시대가 아니라 살아내며 전수하는 시대다. 다음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설명된 신앙'이 아니라 '살아낸 신앙'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우리의 '말'일까, 아니면 우리의 '삶'일까?
전창희 목사(종교교회, CBS 자문위원)※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