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이른바 '공짜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포괄임금제 오남용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현장 지침을 마련, 적용에 나선다.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길어지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현장 지도 지침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9일부터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시행하며 불법적 관행에 대한 시정 조치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포괄임금제란 노동자가 실제 일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기본급과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 각종 수당을 하나로 묶어 사전에 정해진 금액으로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본래 외근이 잦거나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극히 어려운 특정 업무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산업 현장 전반에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장시간 초과 근무를 지시하고도, 사전에 포괄임금 약정을 맺었다는 핑계를 대며 합당한 수당을 주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기본급과 수당의 구분조차 없는 '정액급'이나, 시간외수당을 세분화하지 않고 뭉뚱그려 지급하는 '정액수당 지급'이 횡행했다.
노동부가 이번에 내놓은 지침의 핵심은 '일한 만큼 보상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현장에 엄격히 적용하는 데 있다.
우선 사용자는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 작성 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 개인별 실제 근로일수와 총 근로시간 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특히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발생했다면 해당 초과 근로시간 수와 이에 따른 수당 산정 방식까지 기록해야 한다. 이처럼 객관적인 근로시간 기록 없이 기본급과 수당을 합치거나 각종 수당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정액급제 및 정액수당제 방식의 뭉뚱그리기식 임금 지급은 현행법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돼 전면 금지된다.
또한,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이른바 '고정OT(오버타임)' 약정 역시 엄격한 감시 대상이 된다. 사전에 고정 연장수당을 약정했더라도, 임금대장에 객관적으로 기록된 실제 초과 근무 시간에 따른 법정 수당이 약정 금액을 넘어서면 사용자는 반드시 그 차액을 추가로 정산해 지급해야만 한다.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을 누락하거나 차액 지급을 회피할 경우 임금체불로 간주 된다.
이번 조치는 노사정이 제도를 개선하자는 데 뜻을 모았음에도 입법 과정의 시차로 인해 현장의 불법이 방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성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회에 다수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법 개정이 조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입법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현행법과 판례를 바탕으로 시급히 현장을 지도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침에 따라 일선 노동감독관들은 실제 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차액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명백한 '임금체불'로 규정하고 직무 규정에 따라 엄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업주가 투명하게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또 익명 신고센터를 통해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접수된 곳은 기획 감독과 수시 감독 대상에 우선 포함시켜 사후 관리도 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장 지침을 통한 지도와 함께 대안으로 가이드라인과 지원책도 함께 제시했다.
출장이나 외근 등 근로시간 측정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업무에는 억지로 포괄임금의 틀을 씌우는 대신,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 제도'나 '재량근로시간 제도'와 같은 합법적인 근로시간 특례 제도를 활용하도록 현장을 안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영세 사업장의 행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 HR 플랫폼 이용료를 지원하고 특화된 컨설팅을 제공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도 지침 마련을 계기로 노사는 입법 전이라도 공짜 노동이라는 불공정한 노동 관행을 시정해 나가줄 것"이라며 "정부 또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한 건설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