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비급여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개편이 아직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당국은 5세대 출시로 건전한 의료서비스 이용과 업계의 손해 방지를 기대하지만, 정작 '더 무겁고 더 오래 가는' 1·2세대 실손보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서 실손보험 정상화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비급여 조정' 5세대 실손…보조 못 맞추는 1·2세대 개편
19일 노컷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이르면 다음 달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내놓은 지 1년여 만이다.
핵심은 '비중증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이 대폭 축소된다는 점이다.
그간 경증 환자의 과잉 비급여 치료는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고, 전체 가입자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에 관한 과잉, 반복적 보험금 청구로 대표되는, 이른바 '의료 쇼핑'이다.
이에 5세대 실손보험은 4세대 대비 보험료가 최대 50%까지 저렴한 대신, 이러한 비중증·비급여 보장 항목을 줄이고 본인 부담률은 높이는 구성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1·2세대 실손보험 체계 재조정 없인 '절반의 대책'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선 '더 무겁고 오래된' 문제로 꼽혀 왔다.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비율)이 약 120~130%에 달하는 데다, 2세대 초기 가입자까진 약관 변경(재가입) 조항조차 없어 만기까지 약관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가입자가 불필요한 항목을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선택형 특약'이나 보험사가 1·2세대 실손보험을 가입자로부터 사들이는 '재매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5세대 출시와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가 선택형 특약과 재매입 등 여러 개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의견을 한데 모으진 못했다"고 말했다.
"손해율 부담 크지만, 재매입 등 부담은 더 크다"
이들 개선안에 따르면 업계의 재무적인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실효성마저 의문이란 점이 회의론의 주요 갈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세대 실손보험은 장기적으론 개선해 나가는 게 보험사 입장에서도 좋지만, 재매입의 경우 당장 비용 부담이 크고, 계약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손해율이 나빠지는 쪽으로 변할 위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선택형 특약이든 재매입이든 기본적으론 고객의 선택일 텐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평소 보험금 부담이 크지만 보장 항목이 방대하고 보장 금액도 큰 게 1·2세대 실손보험의 특징인데, 가입자가 나이가 들어 의료기관 방문이 잦아질수록 변경 유인이 적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재매입에 책정되는 비용에 따라 기존에 4세대 실손보험으로 이동한 가입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나 소급 적용 논란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한상용 보험·연금연구실장은 "1·2세대 실손보험 설계 당시 당국과 업계가 모두 보험 판매, 매출 자체에 급급하다가 손실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한 게 후폭풍으로 돌아온 셈"이라며 "새로 출시될 5세대 역시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의 함정'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영역이지만 국가 의료보험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무작정 경제 논리에 따라 조정할 수만도 없는 게 보험업계의 상황"이라며 "당국이 업계와 논의해 자기 부담률을 높이면서도 불합리한 구조를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