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 대표팀이 11일(한국 시각) WBC 조별 리그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패한 뒤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우승을 자신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탈락 위기에 놓인 '야구 종가' 미국. 이탈리아에 덜미를 잡힌 미국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은 11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B조 조별 리그 4차전에서 이탈리아에 6-8로 패했다. 이탈리아는 3전 전승으로 조 1위로 올라섰고, 미국은 3연승 뒤 첫 패배를 안았다.
경우에 따라 미국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12일 이탈리아-멕시코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다. 멕시코가 이탈리아를 이기면 미국까지 3개팀이 3승 1패 동률이 된다. 이럴 경우 3개국 사이의 맞대결 실점률로 순위가 갈리는데 멕시코가 4점 이하로 득점하고 이탈리아를 꺾으면 미국이 탈락한다.
이미 한국은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최종전에서 호주를 2점 이하로 막고, 5점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에 성공했다. 9회초 사실상 결승점을 뽑아 7-2로 호주를 꺾고 일본(4승)에 이어 조 2위로 미국 마이애미행 전세기에 올랐다.
메이저 리그(MLB) 슈퍼 스타들로 최강 전력을 꾸린 미국도 경우의 수를 따질 처지가 됐다. 더욱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자력으로는 8강에 오를 수 없고, 이탈리아를 응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표팀 마크 데로사 감독이 이탈리아와 경기를 앞두고 착각을 하고 주전들을 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데로사 감독은 이탈리아전에 앞서 MLB 네트워크의 프로그램 '핫 스토브'에 영상 출연해 "이상한 느낌이 드네요. 8강행 티켓은 이미 손에 쥐었지만 이 경기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몇몇 선수들을 확실하게 쉬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미국은 포수 최초로 MLB 60홈런을 때린 칼 롤리(시애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시카고 컵스),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등 4명을 뺐다. 또 지난해 MLB에 갓 데뷔한 놀란 맥클린이 선발 등판해 3실점했고, 이후 등판한 라이언 야브로(뉴욕 양키스)도 2실점했다.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에 따르면 야브로는 클레이튼 커쇼(은퇴)를 빼면 미국 투수진 중 가장 약하다는 평가다.
미국 야구 대표팀 데로사 감독. 연합뉴스
결국 미국은 6-8 충격패를 안았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경기 후 데로사 감독은 경기 전 문제의 발언에 대해 "멕시코가 이탈리아와 맞붙는 것은 알고 있었고, 만약 오늘 밤 졌을 경우의 실점이나 득점, 아웃 카운트 등을 여러 가지로 계산하고 있었다"면서 "단순히 잘못 말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 대표팀 전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더 있다. 야후 스포츠는 "코치와 선수가 경기 전날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말 실수인가, 아니면 잘못된 계산인가? 어쨌든 미국은 이탈리아전의 패전으로 기회를 놓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데로사 감독 발언은 코치, 선수 일부와 전날 밤 늦게까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는 점을 시사했고, 팀 전체가 8강에 진출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이후 데로사 감독의 발언이 포함된 동영상은 MLB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고, MLB 네트워크의 페이스북에 남아 있는 인터뷰도 논란의 발언을 빼고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로사 감독은 MLB 8개 구단에서 16년 동안 뛰었고, 은퇴 이후 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3년 미국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코치, 감독 등 지도자 경험은 없다.
미국 팬들은 SNS를 통해 대표팀을 맹비난하고 있다. "토너먼트의 룰을 모르다니 용서하기 어렵다. 최악은 멕시코전 후 라커룸에서 모두 맥주를 마신 것이다. 왜냐하면 티켓을 확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일부 선수들은 과음한 것 같다" "MLB가 인터넷에서 지우기 전에 동영상을 입수해 다행이다" "진짜 왜 이 사람이 감독이 됐나. 진짜 MLB 감독이라면 이런 실수를 절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부끄러운 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