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정부의 산업정책과 관련해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날 태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 2050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 프로젝트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리스크를 나누고 지원 기업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점도 거론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를 낳은 원인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산업정책 방식을 바꿔야) 지원받는 기업은 정부 지원 사실을 모르게 되고, 성과가 나쁠 때 민간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해 정책 금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전략 산업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고령화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 투자도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계기업 문제만 보더라도 이들의 신속한 시장 퇴출이라는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확보된 자원을 새로운 산업정책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산업 구조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는 국가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