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노르웨이 총리. 연합뉴스유럽평의회 사무총장까지 지낸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노르웨이 총리가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부적절한 거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경제·환경범죄수사청이 야글란 전 총리가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사이 엡스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부패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이달 초 유럽평의회 측에 면책특권 박탈을 요청했으며,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에 직무와 관련해 가졌던 외교적 면책특권이 박탈된 직후 부패혐의로 입건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는 야글란 전 총리가 엡스타인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팜비치에 있는 엡스타인의 자택을 방문할 계획을 세운 정황이 담겼다.
또 야글란 전 총리는 2014년 엡스타인 소유의 카리브해 개인 섬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했으나, 엡스타인의 건강 문제로 취소되자 엡스타인이 야글란 전 총리와 그 가족의 여행 경비를 대신 지불한 정황도 담겨 있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야글란 전 총리가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엡스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은 이 대출 청탁 의혹이 이번 부패 혐의 입건 내용에 포함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경찰은 최근 야글란 전 총리 소유의 오슬로 자택 등 부동산 3곳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조만간 그를 상대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야글란 전 총리 측 변호인은 "형사상 책임을 질 만한 행위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수사 당국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글란 전 총리는 1996~1997년 노르웨이 총리를 지냈다. 이후 노벨평화상 선정 위원회 위원장과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의 행위에 대해 외교관 면책특권을 보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