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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남자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파격노출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혁 조동혁 이상우 주연의 ''펜트하우스 코끼리''가 29일 오후 2시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러닝타임이 무려 146분에 달한 이 영화는 각자의 고민과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세 남자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불안과 우울을 자극적인 사건과 독특한 영상언어로 표현해내 눈길을 모았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오랜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진작가 역할의 장혁이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환상 등에 시달리면서 시작된다.
이어 자극적 관계에 중독된 성형외과 전문의 조동혁은 오늘도 변함없이 여자와 짜릿한 섹스를 즐긴다. 하지만 곧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상우는 12년 동안 사라졌다 최근에서야 다시 나타난 두 남자의 어린 시절 친구다. 그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조동혁의 아내인 이민정과 불륜관계에 빠져든다.
"장혁은 판타지, 나는 사건, 이상우는 미스터리를 담당했다"는 조동혁의 표현대로 영화는 세 남자가 등장할 때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장혁 부문은 몽환적이고 조동혁 부문은 자극적이며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이상우가 등장하는 신은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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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던 노출수위는 설정 자체는 짜릿하지만 실제로 노출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한 20대 남자관객은 "15세 관람가 수준"이라며 다소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오히려 극중 조울증을 앓고 있는 장혁의 판타지 영상이 볼거리다. 물에 잠긴 빌딩 숲을 표류하는 장혁 등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낸 표현력에 감탄이 나올 정도.
"30대가 겪는 멜로성장담을 색깔 있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는 정승구 감독의 말처럼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연출력을 지닌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탄생을 예고한다.
다만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과 다소 진부한 후반부가 도발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했던 초중반의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또한 고 장자연의 출연분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욕실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는 그녀의 처참한 모습은 보는 이를 섬뜩하게 한다. 마치 고인의 슬프고 억울한 죽음을 목도하는 기분이다.
정감독은 이날 고 장자연의 출연분에 대해 "편집 다 끝나고 CG작업 하는 상황에서 그 사건이 일어났다"며 "내부적인 고민과 갈등 끝에 지금의 편집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은 장자연이 연기한 캐릭터와 현실 속 그녀의 삶이 묘하게 유사한 것과 관련해 "좀 당황스럽다"며 "개인적으로 (그녀의 죽음을) 너무 아쉽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답변했다.
11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