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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쳤다" "얼굴 맛집"…국민 70%가 다르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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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드라마 미쳤다" "얼굴 맛집"…국민 70%가 다르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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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어원 '2025년 국어 사용실태 조사'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국어사전 뜻 떠나 새로운 의미로
    '사이다=속시원한 상황', '미치다=극찬' 등 본래 의미 넘은 새로운 뜻 가져

    '고구마' 먹고 '사이다' 마신다?…이제는 일상어 된 신조어들

    연합뉴스연합뉴스
    "어제 BTS 콘서트 갔는데, 노래도 좋았지만 완전 얼굴 '맛집'이더라."
    "그 드라마 봤어? 진짜 '미쳤다'."
    "스토리 내내 고구마였는데, 마지막에 사이다 10잔 들이킨 느낌이었어."


    이런 표현들, 낯설지 않으시죠. 요즘 우리가 쓰는 말은 국어사전에 적힌 본래 의미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뜻을 입고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은 5일 전국 15~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구마'와 '사이다'는 이제 단순한 음식 이름이 아니라, 감정과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답답하면 '고구마', 시원하면 '사이다'

    국립국어원 제공국립국어원 제공
    먼저 '고구마'는 '답답한 상황이나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56.8%에 달했습니다. 물 없이 먹으면 퍽퍽하게 목이 막히는 고구마의 느낌이 그대로 '답답함'의 상징이 된 셈입니다.

    반대로 '사이다'는 '답답한 상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는 응답이 71.5%로 나타났습니다. 톡 쏘는 탄산의 청량함이, 현실에서도 '속이 뻥 뚫리는 순간'을 대신 표현해주는 단어가 된거죠.

    신조어는 20대가 이끌고, 60대도 따라오는 모습이네요. 세대별로는 두 표현 모두 20대에서 새로운 의미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60대에서는 '고구마'가 38.9%, '사이다'가 50.9%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60대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이 표현을 이미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조어가 특정 세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는 흐름이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미치다'가 칭찬이 되는 시대?

    국립국어원 제공국립국어원 제공
    흥미로운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원래는 정신 이상 상태를 뜻하던 '미치다'가 요즘엔 오히려 강한 칭찬으로 쓰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어요.

    '미치다'를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가 아주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의미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67%에 달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개인의 강한 만족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부정적 단어를 역설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감탄이 커질수록 말도 더 과감해지는 셈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언어 감각…'감성'과 '맛집'도 확장 중

    연합뉴스연합뉴스
    지역별로 단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감성'은 원래 '인간이 자극이나 변화에 반응해 느끼는 성질'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나 취향을 평가하는 표현으로 더 활발히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권과 강원·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성 카페' 같은 표현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의미가 자연스럽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한 제주에 거주하는 40~60대는 다른 지역보다 '맛집'이라는 표현을 '수준 높은 것'이라는 확장된 의미로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도 확인됐습니다.

    조사에서 눈길을 끈 결과 중 하나는 전라권의 반응입니다. 전라권에서는 '고구마'를 '답답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33.9%로, 전국 평균(50.5%)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국립국어원은 그 이유로 전라권에서 고구마의 방언형으로 '감자'를 사용하는 지역적 언어 환경이, 새로운 의미 수용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지역의 언어 습관에 따라 확산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조어는 흔히 가볍게 소비되는 유행어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사회 분위기와 세대 감각, 지역 문화가 녹아든 '언어 변화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고구마'와 '사이다'가 더 이상 음식이 아닌 감정의 표현이 된 것처럼, 오늘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도 내일의 표준이 될지 모르죠.

    말은 계속 변하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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