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연합뉴스인공지능(AI), 전기차, 로봇 등 최첨단 산업에서 보인 성적표는 화려하다. '딥시크' 쇼크로 대표되는 챗GPT 분야에서는 격차를 크게 좁히며 미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차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생산·매출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로봇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국제 특허 출원에서 유럽을 앞질렀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권이다.
중국은 이들 분야별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적게는 수십조, 많게는 500조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내수 침체의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수년 된 중국의 과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중국과 같은 대국의 경제에서는 내부 순환이 가능하다"며 내수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소비 부문의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해 내수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수 촉진을 주문했다.
중국은 3년 연속 5%의 경제성장률(GDP)을 지켜냈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4.5%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첨단 산업에 국가가 적극 나서서 막대한 투자를 했고, 성과도 내고 있지만 전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첨단산업이 내수보다는 수출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첨단산업이 중국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머문다. 농업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은 일정 부분 내수와 연결이 되지만 AI·반도체 등은 수출과 연관성이 훨씬 크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킥복싱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아직도 내수 비중의 30% 정도를 전통 제조업이 차지한다. 철강, 화학, 기계, 소비재 등이다. 서비스업(부동산 포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해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노동 집약이 아닌 첨단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다. 투자 확대 → 고용 창출 → 소득 증가 → 소비 확대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경제는 더운물과 찬물이 뚜렷이 구분되는 수족관의 모습이다. 문제는 아래쪽 찬물의 크기가 큰데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최근 전통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첨단산업의 거품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신질(新質)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전통 산업을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며 "한곳에 몰려 거품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패턴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첨단산업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한 것이다.
시 주석은 전통 제조업에 대해 "실물 경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의미를 두면서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과학기술 혁신을 강화해 전통 산업이 새로운 활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의 첨단산업과 내수의 전통산업을 모두 잡아야 하는 일이 향후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