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이춘협 제주지역본부장◇박혜진> 신년대담 오늘은 최근 제35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이춘협 본부장을 모시고 얘기 나눠봅니다. 본부장으로서 제주농협을 어떻게 이끌어가실지 궁금합니다.
◆이춘협> 저는 이번에 취임하면서 사람 중심, 연결과 협력, 현장 우선, 미래 지향, 가치 공감이라는 제주농협이 앞으로 추구해 나갈 5대 핵심 가치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을 효율이 아닌 사람에 두고, 농업인과 임직원, 지역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습니다. 농협이라는 조직과 기능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제주농업·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또 정책과 사업의 출발점을 현장에 두고, 농축협과 농가의 현실을 모든 것에 가장 우선하는 판단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단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농업의 환경적·경제적·세대적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제주도민 모두가 제주 농업의 본질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박혜진> 본부장님께서 취임사에서 "지금 제주 농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현 시점을 그렇게 진단하신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춘협> 지금 제주 농업은 단순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 농업은 품목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더불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농업인 고령화와 인력 부족은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산비 상승, 소비 위축,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농업의 스마트화와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좀 더 농업 관련 기관들의 지혜를 모아 현재의 농업을 지켜나가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확고한 변화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박혜진> 취임사에서 농축협과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 확대를 강조하셨습니다. 기존 지원 방식과 비교해 가장 달라질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춘협> 농축협에 대한 지원으로는 각 농축협 별 경제·상호금융·교육지원 사업을 종합 분석하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 역량을 집중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T/F팀을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농축협과 중앙회의 공동협력사업을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단위 농업·농촌 현안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체계를 갖추겠습니다. 농업인에 대한 지원은 농업인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우선, 농업인으로 구성된 품목별연합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농협지역본부와 조합공동사업법인, 농축협, 행정과 수급관리센터와의 유기적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농업인이 바라는 판매농협으로서의 구조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농산물의 규모화, 등급화, 차별화를 통해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신규거래처 발굴을 통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통합마케팅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소득을 견인하여『돈이 되는 농업 구현』에 앞장서겠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의 방향도 전환하겠습니다. 기존에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해왔던 사회공헌활동을 앞으로는 농축협과 지역 농업인에게 더욱 집중함으로써 『살만한 농촌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원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농업인과 농축협이 현장에서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 체감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농협중앙회 이춘협 제주지역본부장◇박혜진> 감귤을 비롯한 제주 농업은 기후 리스크와 수급 불안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제주농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춘협> 기후 리스크와 수급 불안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관련 유관기관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는 특정 품목이나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품종개발과 농업기술, 유통 및 정책 지원 등 각 영역을 담당하는 유관기관이 긴밀히 연결돼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특히 대체 작목 개발과 보급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작목이나 품종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역할의 정비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부 영역에서는 유관기관간 기능이 중복되거나, 책임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중복된 기능과 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시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각 기관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농협은 현장과 가장 가까운 조직으로서 그 연결과 조정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박혜진> 감귤지원단장을 역임하시며 기후 변화와 냉해, 수급 대응 등을 직접 다루셨습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품목 전환 시나리오나 감귤 산업의 구조 혁신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춘협>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감귤 단일 품목 중심의 산업 구조만으로 향후 제주 과수산업을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한 위험 요인이 존재합니다. 다만 현재의 감귤 산업 구조를 보면, 과거와 달리 노지 온주감귤, 하우스감귤, 만감류 등으로 생산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잘 분산돼 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지난 2~3년간 수급 안정과 가격 상승이 이어졌고 이는 농가 소득 증가로도 연결됐습니다. 이 부분은 제주 감귤 산업이 그동안 방향성을 잘 끌고 왔다는 생각이 들고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후 변화 속도와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기존 포트폴리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품종 개발과 단계적인 보급을 통해 미래를 위한 조정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아열대 과수의 육성과 함께, 기존품종보다 기후 변화에 적합한 감귤 품종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가와 농협의 노력뿐만 아니라,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이 함께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주농협은 농업환경의 변화가 농가의 부담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습니다.
◇박혜진> 위미농협의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이탈자 0명'이라는 성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주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농협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춘협> 위미농협의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계기로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 제주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 3개 농협, 2025년에는 6개 농협으로 확대되었고, 2026년에는 총 10개 농협이 해당 사업에 선정돼 약 43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제주농협의 식구로 함께하게 될 예정입니다.
제주농협은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10개소, 농촌인력중개센터 8개소 등을 운영함으로써 농촌인력 지원 기반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인력 지원은 단순한 인력 확보를 넘어, 도내 농촌 인력난 해소와 인건비를 안정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주농협은 앞으로도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등 농촌인력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농촌 인력 확보 모델로 발전시켜, 농업 현장이 안정을 되찾고 농업인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박혜진>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농협 육성 조직'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청년 농업인 육성과 기존 농가 지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실 계획입니까?
◆이춘협> 농협에는 새농민회, 농가주부모임, 고향주부모임, 청농회라는 4개의 육성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들은 제주 농업·농촌을 현장에서 움직여 온 주체이자 농협의 가치와 정체성을 실천해 온 핵심 동반자입니다.
새농민회는 제주농업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대표하는 조직이고, 농가주부모임과 고향주부모임은 지역 공동체를 지키고, 농촌과 지역사회를 잇는 중심축입니다. 더불어 청년농업인으로 구성된 청농회는 제주농업의 미래 그 자체입니다.
농협육성조직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농촌의 지역소멸을 막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소중한 농업·농촌·농협의 자산입니다.
농촌 고령화 문제와 청년농업인 육성은 제주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균형지원' 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저는 투트랙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고령화된 기존 농가에 대해서는 보호와 안정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소농과 고령농업인들은 대규모 시설 투자나 변화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영농자재 보급, 농작업 인력 지원 확대, 보급형 스마트농업 도입 등 전통적인 방식의 지원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령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반면 청년 농업인에 대해서는 성장과 자립 중심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영농 지원을 넘어,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경영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판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판매, 디지털 유통, 브랜드화 등 변화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이어지는 농촌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고령 농업인이 무리 없이 농사를 이어가고, 청년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농업의 세대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머무는 농촌이 있어야 제주 농업의 미래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농협은 이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접근을 통해, 지금의 농업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의 농업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박혜진> 상호금융 분야 전문가로서, 현재의 불확실한 금융 여건 속에서 농축협의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줄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춘협> 최근 같은 금융환경에서 농축협과 농업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금융지원방식은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담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신보는 담보가 부족한 농어업인에게 보증을 통해 자금 마련을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줄여주고, 농사와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농어업인에게는 자금흐름의 혈을 뚫어주는 제도이면서, 농축협 입장에서는 농신보 보증을 활용하면 대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산 건전성 관리에도 효과적이어서 안정적으로 금융 지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주지역 농어업인 신용보증 잔액은 매년 확대되어 8,20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농신보를 통한 금융 지원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확대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주농협은 농신보를 적극 활용해 농업인이 자금 걱정 없이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금융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농협중앙회 이춘협 제주지역본부장 ◇박혜진> 올 한해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에서는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세요?
◆이춘협> 농업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도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우선 농업인의 농업소득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농업 생산, 유통, 정책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농산물 제값받기에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농업경영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농축협의 경영 안정성 확보입니다. 농축협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농업인에게 배당과 환원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농축협이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영기반을 탄탄히 다져 나가겠습니다.
또 하나는, 농가 인력 지원 강화입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과 농촌 인력중개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농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농업인의 인력난을 덜고, 영농 인건비 부담 완화에도 기여하겠습니다.
농심천심운동의 확산입니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민의 먹거리와 환경, 지역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농심천심운동을 통해 농업·농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도민의 이해를 넓히고, 공감대 형성에 제주농협이 앞장서겠습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대응, 대체작물 개발 및 보급, 청년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확대 보급, 아열대과수 육성 및 판로확보 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농업 관련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농업인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