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정부 약속 어긴 4.3추가진상조사…아무도 책임 안 져

  • 0
  • 0
  • 폰트사이즈

제주

    정부 약속 어긴 4.3추가진상조사…아무도 책임 안 져

    • 0
    • 폰트사이즈

    지난해까지 추가진상조사 끝내기로 했지만…
    밀실조사 등 각종 논란에 정부 약속 못 지켜
    매년 추가 혈세 투입되는데 사과·설명 없어

    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고상현 기자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고상현 기자
    5년간 나랏돈 33억 원 상당이 투입되는 정부 차원의 제주4·3추가진상조사. '밀실조사' 논란에 이어 조사 일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지난해까지 조사를 끝내겠다는 정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혈세가 추가로 투입되고 국민과의 약속도 어겼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마무리' 정부 약속 어겨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진상조사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의결돼 추가진상조사가 진행됐다.
     
    추가진상조사 대상은 △지역별 피해실태 △행방불명 피해실태 △4·3 당시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등 모두 6개 분야다. 4·3의 올바른 이름 찾기, 미군정 책임 규명, 연좌제·재일제주인 피해, 배제자 문제 등 4·3의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조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가 기념일인 4·3추념식에서 "4·3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첫 정부 4·3진상조사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를 올해(2025년)까지 마무리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7월 파행으로 끝난 추가진상조사 분과위. 고상현 기자지난해 7월 파행으로 끝난 추가진상조사 분과위. 고상현 기자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사를 담당한 4·3평화재단이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에 중간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조사 일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올해 안에도 추가진상조사가 마무리되기에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투입된 정부 예산은 2022년 6억 원, 2023년 10억 원, 2024년 6억 원, 지난해 6억 원 등 28억 원이다. 올해 예산 4억7천만 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32억 7천만 원에 달한다. 대부분 4·3평화재단 조사연구원 인건비로, 진상조사가 지연될수록 국민 혈세는 계속해서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절차적 하자' 논란 자초한 4·3평화재단

    1차적인 책임은 조사를 담당한 4·3평화재단에 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운영세칙'을 보면 재단은 추가진상조사와 관련해 조사계획, 결과보고, 보고서 작성·발간에 대해 법정기구인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에 사전심의를 요청하면 분과위원장은 회의를 소집한다.
     
    하지만 2023년 12월 분과위원회의를 끝으로 조사 기한인 지난해 6월까지 1년 7개월 가까이 분과위에 조사 내용에 대해 중간보고를 하지 않고 사전심의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조사가 끝나는 마지막 날인 지난해 6월 30일이 돼서야 분과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부에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분과위원회의가 열렸지만 밀실조사 등 절차적 하자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지난해 10월 겨우 추가진상조사 결과보고만 이뤄졌다. 정작 중요한 보고서 작성·발간에 대한 사전심의는 시작조차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끝내겠다는 정부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고상현 기자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고상현 기자
    추가진상조사는 첫 진상조사 때보다 조사기간이 1년 더 긴 '3년 6개월'이지만, 조사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간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결과라는 것.
     
    김동만 제주한라대 교수는 분과위원으로 있던 지난해 9월 분과위에서 "개인보고서가 아니다. 추가진상조사는 엄중한 조사다. 자료만 봐도 조사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기간 안에 결과보고가 이뤄졌다면 조처할 수 있는데 조사기간이 끝났다. 이래서 절차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약속 어겨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정부 책임도 있다. 관련 운영세칙을 보면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4·3사건처리과는 위원회 회의 운영지원, 그 밖의 위원회가 의결한 사항과 위원장의 지시 사항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4·3평화재단이 분과위에서 결정한 조사 일정을 어기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분과위원 7명 중 3명의 임기가 끝나는데도 늑장대응하다 반쪽짜리 분과위가 열리도록 했다. 또 분과위원 중 공정성 시비가 있는 재단 이사장이 있는데도 사전에 조처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출자·출연기관인 4·3평화재단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만 방관했다. 특히 오영훈 지사는 2024년 "재단 운영이 불투명하다.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며 김종민 이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까지는 재단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만 하는 방식이었다.
     
    재단 이사장 직무성과계약서. 4·3평화재단 홈페이지 캡처재단 이사장 직무성과계약서. 4·3평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이사장 직무성과계약서'에는 정부 차원의 추가진상조사가 평가 비중이 가장 크고 조사 기한인 지난해 6월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4·3중앙위에 제출토록 했지만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이다. 4·3중앙위에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분과위 사전심의를 모두 마친 보고서를 보낸다는 뜻이다.
     
    김종민 이사장이 성과목표를 통해 도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지난해 6월까지 보고서 안에 대해 사전심의를 마치고 4·3중앙위에 제출했다면 지난해까지 조사를 끝내겠다는 정부 약속도 지켜질 수 있었다. 4·3중앙위 심의·의결을 거친 후 국회에 보고만 하면 추가진상조사 보고서가 확정돼서다.
     
    4·3의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차원의 4·3추가진상조사. 각종 논란 끝에 지난해까지 끝내겠다는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