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제주도 제공'밀실조사' 논란에 이어 조사 일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결국 해를 넘기며 추가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 차원의 4·3추가진상조사.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4·3 관련 핵심공약으로 재작년까지 4·3 추가진상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4·3핵심공약인데…'세월아 네월아'
16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내 '일하는 도지사실' 민선8기 공약사업 세부실천계획을 보면 오영훈 지사가 2022년 제주지사 후보 시절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과 이행상황이 나온다. 이 가운데 '도민화합' 이행과제 중 하나가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과 정명(正名) 완성'이다.
세부 사업 중 대표적인 게 4·3추가진상조사다. 추진계획에는 조사 계획이 정해진 2022년 3월부터 2023년까지 △지역별 피해실태 △행방불명 피해실태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미국의 역할 등 6개 과제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2024년까지 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4·3평화재단이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에 중간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분과위에서 정한 조사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2024년까지 보고서를 발간하겠다는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오영훈 지사 공약 세부실천계획. 제주도청 홈페이지 캡처정부 차원의 첫 4·3진상조사 때는 조사기간인 2000년 9월부터 2003년 2월까지 2년6개월간 조사를 진행하고 사전심의를 끝낸 보고서 초안이 나왔다. 이후 4·3중앙위 심의·의결을 거쳐 2003년 10월 국회 보고가 이뤄지며 보고서가 확정됐다. 불과 3년 안에 첫 정부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추가진상조사는 조사기간도 6개월 한 차례 연장해줘서 3년6개월로 1년 더 길었는데도 4년 넘도록 사전심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올해에도 4억7천만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2022년부터 올해까지 정부 예산이 모두 32억7천만 원으로 늘어나며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 4·3중앙위원은 "추가진상조사는 개인 저서가 아닌 엄연히 정부 진상조사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기한도 두고 사전심의를 받도록 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혈세가 낭비되는데 공약까지 발표했던 오영훈 지사는 그간 무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재까지도 업무 파악 제대로 안 해
특히 오영훈 지사는 2024년 1월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인 4·3평화재단 이사장 선출 방식을 제주지사 임명제로 변경했다. 이전까지는 재단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만 하는 방식이었다. "재단 운영이 불투명해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종민 현 재단 이사장을 임명하면서 작성한 '도민과의 약속' 직무성과계약서에도 정부 차원의 4·3추가진상조사가 평가 비중이 가장 컸지만, 조사기간 내내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이다.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도지사는 재단의 운영과 관련해 업무와 회계, 재산 등 운영상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지도·감독할 수 있다. 지도·감독 결과 위법·부당한 사항 등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종민 이사장 직무성과계약서. 4·3평화재단 제공현재까지도 제주도는 4·3추가진상조사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도청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제주도 관계자는 "4·3위원회에서 선정한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가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전문가 7명이 속한 검토위원회가 꾸려진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관련 회의가 열린 적이 없다. 검토위원 중 1명인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공식적으로 검토위원으로 위촉한다든가 무슨 검토를 해야 하는지 과업에 대해서 여태 설명 들은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또 올해 4·3추가진상조사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이 얼마가 되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처음에는 "6억 5천만 원"이라고 했다가, 다음 날 "4억 7천만 원"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전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은 "미군정 책임 문제라든가, 4·3의 올바른 이름 찾기 등 4·3의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추가진상조사 사업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굉장히 우려스럽다. 제주도가 지금부터라도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