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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기고]시진핑, 마크롱에 "중국 탓 말라" 일침…왜?

    [강성웅의 글로벌 포커스]
    마크롱, 시진핑에 "러, 폭격 멈춰달라"
    習 '중국에 책임 떠넘기지 말라' 면박
    FP "中, 유럽보다 러시아 더 중요시"
    미중경쟁·러우전쟁 장기화, 유럽 표류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베이징과 청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를 찾은 데 대한 답방 명목이다.
     
    실질적인 방문 목적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구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있었을 것이다.
     
    중국 방문 이틀 전인 12월 1일, 마크롱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파리 엘리제궁에서 미리 만났다.
     
    그리고 "영토문제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고 종전을 할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거부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방문 2일 전인 12월 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방문 2일 전인 12월 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마크롱 대통령은 12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했다.
     
    비공개 정상 회담을 마친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및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별도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양국이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의 기반 위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휴전과 평화 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나타나 있다.
     
    여기서 언급된 유엔헌장의 제 2조에는 각국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그리고 무력 침공 반대라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언뜻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를 배려한 문구로 보이지만, 회담 결과를 자세히 정리한 12월 4일자 중국측 발표문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방식에 따라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유럽과 미국을 겨냥해 아예 불만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의 면전에서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비방하려는 무책임한 시도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유 수입과 외교적 결탁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 지원한다는 서방 국가들의 비난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2025년 12월 4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회담에 앞서 촬영한 기념 사진. 좌우는 브리짓 마크롱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2025년 12월 4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회담에 앞서 촬영한 기념 사진. 좌우는 브리짓 마크롱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시 주석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겨울철을 맞아 우크라이나의 (전력과 수도 등) 민간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만이라도 중단시켜 달라"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
     
    이런 인도주의적 호소에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농업 및 식량, 원자력 및 에너지, 항공우주 등 12개의 협력협정을 체결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유럽 대륙의 유일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유럽의 실패나 마찬가지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2월 2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연방 안전보장이사회 서기와 제 20차 중러 전략안보협의회를 공동 주재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2월 2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연방 안전보장이사회 서기와 제 20차 중러 전략안보협의회를 공동 주재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유럽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냉랭한 이유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 편을 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의 정상회담 이틀 전 중국은 러시아와 안보협의회를 열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2월 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안보협의회에는 왕이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쇼이구는 대만, 티베트, 신장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특히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에 중국과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이른바 핵심이익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위 사안들 대부분에서 중국과 정반대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버리고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을 선택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미국 견제에 공동으로 나서는 것이 여전히 중국의 더 중요한 외교적 목표로 보인다.


    2025년 5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을 크렘린궁의 정상회담장으로 안내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2025년 5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을 크렘린궁의 정상회담장으로 안내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최근 가브리엘 란츠베르키그(Gabrielius Landsbergis) 전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지지가 더 확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러시아의 자국 의존도를 끌어올린 뒤, 미래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아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분석은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장기적으로 인태지역에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란츠베르키그 전 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Foreign Policy) 12월 2일 자 기고문에서 본인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예상과 달리 유럽과 미국을 떼어놓기 위해 '키신저처럼' 행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지정학적 가치를 러시아보다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유럽 국가들을 더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 전략 분야에서 서반구(남북 아메리카대륙)를 맨 먼저 설명하고 있다. 미국 본토의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서반구에 이어 두번째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언급됐고, 유럽은 그 다음인 세번째다.
     
    미국의 이 보고서는 세계 GDP에서 유럽의 비중이 지난 1990년 25%에서 오늘날 14%로 추락한 사실도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유럽 대륙이 20년 이내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 (unrecognizable)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을 만큼 강력한 경제와 군대를 보유할지 여부조차 불확실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지난 10월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전 악수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10월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전 악수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4일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마크롱이 자이언트 판다 몇 마리 임대 받는 것을 이번 중국 방문의 성과로 주장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발등의 불인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판다 보호를 위한 협력에는 합의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과 프랑스의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 경쟁과 러우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무기력의 늪에 빠진 유럽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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