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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북 고질병과 '타운홀 미팅' 사이다

    [밸런스 칼럼]

               전북 CBS 이균형 대표 전북 CBS 이균형 대표
    필자를 비롯해 모든 전북 도민들에게는 고질병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닌 만성 관절염이다.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하고 귀엔 딱지가 들러붙었다. 전북 도민들은 이쯤이면 아마 다들 눈치채셨을 것이다. 그렇다. 첫 삽을 뜬지 무려 35년이 지났건만 전체 공정률은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사업. 25년 후인 2050년에나 사업이 마무리된다고 하니 과연 필자가 살아생전에 준공식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사업. 그런데도 타 지역 사람들에겐 오래전에 사업이 완료됐고 전북 도민들이 무슨 엄청난 특혜나 입은 것처럼 알려진 사업.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지만, 단군 이래 최대로 느려터진 사업…바로 '새만금'이라는 만성 관절염이다.
     
    이처럼 전북 도민의 만성 관절염인 '새만금'은 정권이 수차례 바뀌어도 이렇다 할 처방전 하나 없이 증세가 악화되면서 통증만 더해갔다. 심지어 역대급 '아내 사랑꾼' 정권은 80% 가까운 예산을 깎아버리며 '앓느니 차라리 죽으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만약 '새만금 사업'이 전북이 아닌,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진행됐다면 과연 35년이 지났는데도 요 모양 요 꼴로 남아있을까? 여기에 최근에는 기대를 모았던 새만금 핵융합 연구시설 탈락까지 겹치며, 만성 관절염은 골수까지 번지는 느낌이다. 그뿐인가? 서울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야심찬 도전장을 내민 '2036 하계 올림픽' 유치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한 안갯속을 걷고 있는 모양새여서 '가맥집'에 삼삼오오 모인 전북 도민들의 신세타령 속에 한숨은 깊어만 간다. 그렇다고 지역감정을 건드려 어찌해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은 보내지 마시라. 추호도 그럴 의사가 없고 만약 그렇다면 성을 갈겠다.

    새만금 개발 사업 조감도. 전북특별자치도 제공새만금 개발 사업 조감도.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전북 표밭을 누비면서 '3중 차별'이란 단어로 열패감에 빠진 전북 민심을 어루만졌다. 그때는 정말 위로를 받았다. 중앙으로부터 지방이라고 무시받고, 같은 지방이라도 호남이라고 밀리고, 같은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에 치이는 '3중 차별'이란 '적확'한 표현에 공감하고 응원의 박수를 쳤다. 그런데 비록 취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지만, 그 강렬했던 '3중 차별'이란 신조어가 레토릭에 그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은 필자만의 성급함일까?
     
    이 대목에서 조선일보를 무려 50년 넘게 열독하고 계신 분과의 언쟁 끝에 날아든 송곳 질문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그래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뒤에 전북은 무엇이 달라졌는데?"
     
    이 질문을 던진 분은 바로 필자의 모친이시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던진 이 질문에 필자는 뭐라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과 극우 유튜브 등을 통한 '안티 이재명 확증편향'이라 애써 치부하려 해도 어머니의 질문은 뼈를 때린 것이었고, 말문이 막힌 필자는 이내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전북의 현실을 직시함에 있어 보수나 극우에 맞서는 진영 논리에 함몰돼 냉정함을 놓친 것 아닌가 라는… 물론 어머니께선 요즘 "누가 그럴 줄 알았냐, 정말 사람 알 수 없다"며 윤건희를 향해 혀를 차고 계시다.

    필자는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고 몸으로 실천한 대통령으로 주저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꼽는다. 그 증거가 바로 수도권의 무수한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부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이다. 여기에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 못지 않게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 엊그제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을 배부른 수도권이 미안한 마음에 떡 하나 던져주는 식의 배려 차원이 아닌, 국가 생존전략 차원으로 인식하면서 행정 기관과 2차 공공기관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갈파했다. 문제점에 대한 '적확'한 진단을 내렸으니 이제 관건은 그에 따른 실행력이다.

    지난 5일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충남 타운홀 미팅. 연합뉴스지난 5일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충남 타운홀 미팅. 연합뉴스 알려진 바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충남을 찾은 데 이어, 다음달인 내년 1월에는 전북을 찾아 '타운홀 미팅'을 열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문제 해결의 큰 획을 긋는 상징적 장면 연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만성 관절염에 시달려 온 전북 도민들은 혹시나 기존과는 다른, 명의(名醫)가 오진 않을까 하며 내심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고질병은 "그러려니…"하는 방치가 아닌, 치료를 미루지 않고 수술을 결심할 때 비로소 나을 수 있는 병이다. 이번 '타운홀 미팅'이 그저 또 하나의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고질병을 치료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지 전북 도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북을 향해 '3중 차별'이란 신조어를 던진 이재명 대통령이 그에 대한 특유의 '사이다 해법' 제시를 기대하는 것, 그래서 타운홀 미팅이 끝난 뒤 "그래도 쬐끔 다르긴 허네…"라는 필자 모친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 과연 실현 가능일까, 야무진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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