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오는 25일 한미정상회담의 안보 분야 주요 의제는 동맹 현대화와 국방비·방위비분담금 증액, 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그에 따른 불가결한 요소인 전시작전권 전환이 핵심이다. 이는 한국의 재정 부담 규모와도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나같이 한국이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그래도 국방비·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일부 수용하는 게 전체적으로는 그나마 이득이라는 주장이 적잖게 나온다.
한 안보 전문가는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재협상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니까 수용할 수 없지만, 국방비는 과거 진보정부 때처럼 연 7~8% 올린다면 큰 부담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대로 고착될 우려가 큰 저성장 국면과 어려운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방비는 방위비분담금을 제외해도 국내총생산(GDP)의 2.32%(61.2조원)로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미국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3.8%나 5.0%로 높인다면 재정 압박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5년 정부 재정 대비 국방비는 12.9%에 달한다.
국가 간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국제통계 사이트인 '글로벌이코노미닷컴'를 인용하면 2022년 한국의 정부 지출 대비 국방비는 10.57%였다. 1위 사우디아라비아((27.79%)에 못 미치지만 영국(5.29%), 중국(4.79%), 프랑스(3.43%), 독일(2.75%), 일본(2.53%)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만약 미국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의 3.8%나 5%로 올린다면 재정이 감당할 여력은 없다시피하다.
심성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재정과 경제 악화로 국방비 인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득하고, 주변국과 한국민 반발에 따른 악영향 등도 강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다보니 지난 20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선 미국에 대해 '제국주의 경제 침탈'이나 '한미 FTA 폐기'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는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하면 약 130조, 정부 총예산의 20%다. 이걸 진짜로 내면 아마 예산이 거덜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건 못 받는다라고 얘기하면 미군 철수 얘기가 나올 것인데, 그러면 '그러시라' 얘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류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국책연구기관 내에서도 감지된다. 이는 동맹 현대화와 국방비 증액 등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최소한의 호혜적 원칙조차 무시한 채 너무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 등에서 한미 간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다고 단언한 뒤 대만 유사시 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8일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 안보전략의 핵심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며 향후 한미 간 합의 시 속도와 범위 조절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관계의 현실 여건을 감안하면 원칙적 대응과 병행해 나토식의 '플랜B'를 준비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국방 연구개발(R&D)과 인프라 건설 등도 국방비 항목에 포함시키는 한편, 마찬가지로 미국 압력에 의해 국방 지출을 확대하는 나토 국가와의 방산 협력을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