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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마무리 투수 안 한다"는 영원한 끝판대장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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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나면 마무리 투수 안 한다"는 영원한 끝판대장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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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겁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는 끝판대장,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돌부처 오승환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오승환은 다시 태어난다면 타자나 선발투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는 매경기 결과에 대해 잔혹할 정도로 평가를 받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어떤 포지션보다도 냉정한 잣대가 적용되는 마무리 자리에서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긴 선수가 바로 오승환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살았고 버텼다.

    7일 오후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오승환의 은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오승환은 그라운드에서 늘 그랬듯이 이날도 삼성에게는 승리의 확신을, 상대에게는 공포를 심어주는 등장곡 '라젠가, 세이브 어스'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은 현재 인천 원정을 치르는 삼성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숙소다. 강민호, 구자욱, 원태인, 김재윤 등이 야구장으로 떠나기 전 행사장을 찾아 꽃다발을 전달하며 인사를 나눴다.

    지난 6일 구단을 통해 은퇴 사실을 발표한 오승환은 먼저 "팀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는 와중에 혹시나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와닿지 않는다"며 "등번호 21을 다시 생각해보니 프로 생활을 21년 동안 했더라. 이 숫자를 뜻깊게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하다. 구단 최초의 투수 영구결번이라는 결과를 만들어준 것도 많은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은 영구결번 될 이유가 충분하다. 오승환은 데뷔 시즌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KBO 리그 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에만 몸 담은 '원클럽맨'이다.

    오승환은 해외 진출 기간을 제외한 15시즌 동안 KBO 리그 통산 737경기에 등판해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통산 세이브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다. 2위 손승락(271회), 현역 1위이자 통산 8위인 팀 동료 김재윤(185회)과 차이가 꽤 크다.

    2013년까지 KBO 리그의 간판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다가 이듬해 일본프로야구 무대로 진출, 두 시즌 동안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다. 일본 첫 시즌에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 두 번째 시즌에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오승환은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승환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축 불펜투수이자 마무리로 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뛴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한 뒤 2020년 국내로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기량이 눈에 띄게 저하된 오승환은 올해 11경기에서 세이브 없이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그는 "시즌 초부터 올해는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겠단 생각이 들면서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즌 중에 제가 먼저 구단에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오승환이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 불펜투수, 더 나아가 마무리 투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오승환에게 마무리란, 오로지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오승환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를 묻는 질문에 통산 400번째 세이브라고 답을 하면서도 "세이브 기록 자체가 팀의 1승을 지킨다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의미가 더 깊은 세이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자 "마무리 투수에게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가 가장 힘들다. 그 블론이 순위 싸움을 하는 팀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야구 인생에서 던졌던 최고의 공 1개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매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공으로 인해 오늘 경기든지 한국시리즈든지 마무리를 하는 공이 내게는 가장 뜻깊은 공"이라고 답했다.

    은퇴 후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승환이라는 불펜투수, 마무리 투수가 있었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무리 투수에 대한 회상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처럼 오승환은 21년 경력 동안 너무나 어려운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힘겹게 싸웠고 버텼다.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가짐 하나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 결과 삼성의 왕조가 탄생했고 한국 야구도 국제 대회에서 최전성기를 누렸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팀동료인 강민호, 원태인, 구자욱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팀동료인 강민호, 원태인, 구자욱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가운데)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팀동료 원태인(왼쪽부터), 김재윤, 강민호, 구자욱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자랑하는 '끝판왕'이 오승환(가운데)이 7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팀동료 원태인(왼쪽부터), 김재윤, 강민호, 구자욱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오승환은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 구단이 준비할 은퇴 경기에서, 많은 팬 앞에서 힘차게 공을 던질 그날을 꿈 꾼다. 오승환은 "단 한 경기라도 팬들에게 마운드에 서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면 그때 멋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 계획은 구단과 상의해 정하겠다고 했다. 아직 시즌 중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야구 예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그래도 열려 있다. 은퇴 발표 이후 이날 아침까지도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오승환은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 공을 완전히 놓은 상태가 아니"라면서도 "야구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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