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는 13년 만의 국내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에서 선보인 설치작품 'ENTOPTIMA _ 별의 기억 _ Souffle'. 곽인숙 기자깜깜한 어둠 속,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의 작품이 회전한다.
표면은 마치 진주가 박힌 듯이 오돌토돌하다가도 바깥쪽은 물이 흐르는 듯한 형상을 띈다.
'번쩍' 갑자기 빛이 비추자 빨간, 노랑, 초록, 파란, 보라색이 나타난다.
빛이 비출수록 작품의 갖가지 색깔이 드러나며 조화를 이룬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는 13년 만의 국내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에서 선보인 설치작품 'ENTOPTIMA _ 별의 기억 _ Souffle'. 곽인숙 기자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는 13년 만의 국내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에서 선보인 설치작품 'ENTOPTIMA _ 별의 기억 _ Souffle'다.
물감을 오랜 시간동안 바람으로 파장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모양에 다시 물감을 얇게 입히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사막이나 바닷가에 결이 생기듯 물감 사이에 여러 모양의 패턴에 생기고, 물감이 위로 살살 붙어 계속 올라가 마치 산호가 자라듯이 자라난다.
제작 기간 이년 반 동안 그 겹은 수천 겹, 만겹을 넘어 모양을 만들어 낸다. 1cm 정도 자라는 데 1, 2년이 넘게 걸린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는 13년 만의 국내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에서 선보인 설치작품 'ENTOPTIMA _ 별의 기억 _ Souffle'. 곽인숙 기자축광(蓄光) 안료와 일반 물감 등을 섞어 작품 안에는 빛이 '기억'된다.
어둠 속에서는 푸른 빛만 보이다 빛을 비추면 각각의 색깔이 드러난다.
캔버스 천 위에 어머니 김순미 여사가 직접 뜨개질한 천을 덧씌워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 첫 공개된, 몬트리올 국제예술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Mémoire des Étoiles(별의 기억)'에선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밤이 되면 사실 제 작업실에 오는 게 제일 멋있어요."
빛을 머금는 축광 안료를 입힌 작품들이 밤중에는 빛난다.
2011년 서울 환기미술관에서 개최된 That world, Day & Night 3인전 -남궁환, 김오안, 배정완-에서 남궁환 작가가 자신의 설치 작품 'Fort Intérieur - 양심의 심판'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궁환 작가 제공남궁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석사(D.N.S.A.P)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 인사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남송미술관,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리 보웬 갤러리(벨기에), 갤러리 포럼(독일), 라비뉴 바띠유 갤러리(프랑스), 장 브롤리 갤러리(프랑스), FIAC(프랑스), 해럴드 윌못(프랑스), 프레베르 공간(사비니 르 템플,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본관(프랑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문화재단, 우덕문화재단, 남송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미노오미술관, 선힐 골프클럽, 페라가모(한국), 윌못 & 아소시에(프랑스)에 소장돼 있다.
남궁환, 'Palais du Souffle - Transmigration', ink, phorsphorescent pigment on canvas & wood panel, lighting, 650x650x600cm(2002).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본관 전시. 남궁환 작가 제공. 'Entoptima'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단어로, 'Entoptic'은 눈 안에서 발생하는 내부시상 현상, 즉 외부가 아닌 내부의 시야를 뜻하고, 'Optima'는 그 감각의 '최적화'를 뜻한다.
"Entoptic은 내부섬광 또는 내부시상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빅뱅의 빛을 기억하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근원의 빛이다. 어쩌면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양자세계의 대부분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의 불확정적인 운동을 우리가 어떤 내부의 빛처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빛을 찾는 과정, 각인된 것을 외부로 전사하는 행위, 그것이 그림이다. "
작가 노트 중에서
남궁환, 'Entoptima- Cosmic Bone-02', Mixed Clay, 25.2 x 25,2 x 45cm(2024). 아트파크 제공Cosmic Bone : 우주뼈
흙의 길을 따라간다.
물을 만나 유연해진 흙,
물의 길을 따라간다.
불을 만나 단단해진 흙
불의 길을 따라간다.
코스모스의 길을 따라간다.
작가 노트 중에서이번 전시에서는 남궁환이 2020년부터 본격화한 세라믹 신작 '우주뼈(Cosmic Bone)' 시리즈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여기에 작가의 대표작인 먹 작업까지 총체적으로 선보인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의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리고 있다. 곽인숙 기자세라믹 작업은 지난 2019년 말 갑상선암 수술 이후 시작하게 됐다.
"작가들은 이제 몸이 생명이잖아요? 제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점을 찍어서 해야 되는데, 손이 막 덜덜덜덜 떨리니까 이게 전혀 컨트롤도 안 되고, 몸이 다른 몸이 된 거예요. 처음에 이제 갑상선 수치가 떨어지니까 그랬는데 화가이신 아버지께서 이 초벌 도자기를 가지고 뭐 그리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갖고 놀라고 해서 이제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예요. "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의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리고 있다. 곽인숙 기자먹 작업에서 물을 다루던 원리 그대로 흙을 다루며 세라믹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초기 먹 작업에서,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받던 대규모 설치 작업에서 이제는 세라믹까지 작품 세계를 넓혀나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는 13년 만의 국내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 전시 전경. 곽인숙 기자그의 아버지는 가천대 교수였던 남궁원(78) 화백이다. 경기도 가평에서 남송미술관을 열고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남궁 화백은 국내 최초의 미술 전문 인터넷 방송인 유튜브 '아트1TV'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된다, 그것만 생각했다고 한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가 프랑스 작업실에서 먹 작업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Mémoire des Étoiles(별의 기억)' 캡쳐실제 전시장에는 부모님과 배우자가 모두 함께 하며 관람객들을 맞았다. 아버지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그는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른 관람객들을 데리고 다시 올 때가 가장 기쁘다"며 "이제 국내에서도 전시 활동을 활발하게 할 계획"이라며 웃어보였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서울울 오가며 활동 중인 남궁환(50) 작가의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리고 있다. 곽인숙 기자"나, 우리, 가족, 사회, 국가, 지구, 태양계, 우리 은하, 우주 만물들은 모두 연결되어있고 서로를 반영하며 공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Entoptima 프로젝트는 그것을 동시대에 함께 존재하는 이들과의 소통과 나눔의 시작이다. 이것은 예술의 본질,개념과 공공적 기능에 대한 연구와 실험 고찰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오래전부터 간직해왔던 인류정신 문화를 되찾고 우리와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하는 시도이며 노력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남궁환, '003)Entoptima', 종이 위에 먹, 76x56cm(2019). 아트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