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국회/정당

    대미 투자만 487조원…'노란봉투·상법' 진통 조짐

    • 0
    • 폰트사이즈
    한미 관세협상 타결 여파

    관세협상 조건으로 3500억 달러 투자 합의
    대미 투자 계기로 기업 관련 법안 쟁점 부상
    與 "관세협상 별개로 개혁 입법 계속 추진"
    野 "기업 압박하면 대미 투자 약속 못 지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미 관세협상 조건으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하면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기업의 경영 활동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여당은 개혁 입법을 멈출 수 없다며 법안 처리 강행을 고수하는 반면 야당은 기업을 압박하면 대미 투자를 담보할 수 없다며 반발 중이다. 경제계의 입법 중단 요구마저 제기되는 속에 여야가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대미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당초 미국이 부과하기로 예고한 25%보다 대폭 낮아지면서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동등한 수준의 상호관세를 합의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는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대미 관세협상의 조건은 투자다.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한국은 앞으로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그중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협력 펀드에 제공한다. 반도체·에너지·이차전지·바이오 등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는 2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도 1천억 달러 어치 구매해야 한다. 총 4500억 달러(약 624조원)가 대미 투자와 구매에 사용되는 셈이다.

    대미 투자·구매에 투입되는 4500억 달러는 우리 정부의 1년 예산인 약 656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 예산에서 고정비를 뺀 가용 예산은 연간 200조원 정도라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대미 투자 기간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예산만으로는 빠듯한 게 사실이다. 향후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현지 진출과 다각도의 투자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다.

    대미 관세협상으로 민간 투자의 중요도가 부각되면서 여야 간 공방은 자연스레 기업 관련 법안들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여당이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법인세 인상 등을 두고 논의가 달궈지고 있다.

    야당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경영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안 대신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대미 투자 약속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이냐. 과연 대한민국 기업이 지금 그럴 여력이 있을까"라며 "아시다시피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법인세 인상 등 반(反) 기업 3법으로 지금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지 않고 기업 내쫓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이 강행하기로 예고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처리를 중단하고, 여야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즉각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가기를 제안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여당은 대미 투자와 현재 추진중인 법안들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관세협상으로 우리 기업이 미국 현지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확대됐다고 반박중이다. 

    민주당 한 원내 관계자는 "대미 투자와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은 관계가 없다"며 "해당 법안들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건 본말을 잘못 이해한 얘기다. 관세협상은 기업이 현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도 같은 판단이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개혁 과제를 예고한 대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입법으로 산업 혁신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기업의 수출 시장 다변화 등 지원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민생개혁 법안들도 8월 4일과 5일 본회의에서 모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담은 경제계의 목소리다. 기업들이 대미 투자의 주요 주체 중 하나인 만큼 이들의 요구 사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현재 경제계에서는 관세협상 타결을 계기로 민주당이 추진중인 법안들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포함한 경제6단체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들은 관세협상 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쓰겠다"면서도 "이를 위해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업 관련 법안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월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비상대기령을 발령하고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이후에는 표결을 거쳐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다만 8월 5일 자정이면 회기가 종료돼 쟁점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은 8월 임시국회에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8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21일로 예상된다. 그사이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관세협상 세부안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