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세잔 사후 120주년…에밀 졸라와의 30년 우정의 기록 '교차된 편지들'

  • 0
  • 0
  • 폰트사이즈

공연/전시

    세잔 사후 120주년…에밀 졸라와의 30년 우정의 기록 '교차된 편지들'

    • 0
    • 폰트사이즈

    115통 편지로 이어진 두 거장의 우정과 삶, 창작의 동행기

    폴 세잔, '에밀 졸라에게 책을 읽어주는 폴 알렉시Paul Alexis lisant à Émile Zola'(1869-1870년). 소요서가 제공폴 세잔, '에밀 졸라에게 책을 읽어주는 폴 알렉시Paul Alexis lisant à Émile Zola'(1869-1870년). 소요서가 제공"금빛으로 된 우리 둘의 이름은 첫 장에서 하나 되어 반짝이고, 형제애로 뭉친 천재들 가운데 후세에도 늘 함께 전해지는 것이지."
    (졸라가 세잔에게 보낸 편지, 1860년 3월 25일)

    "헤어지기엔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지."
    (졸라가 세잔에게 보낸 편지, 1860년 6월 25일)

    "자네의 소설 『목로주점』처럼 고유하고 내밀한 주제를 다룬다면 성공은 당연히 뒤따르리라고 생각해. 사실 나는 자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아무리 극으로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인물들의 관계와 힘, 또 그로부터 추론 가능한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 1878년 9월 24일)


    '교차된 편지들 1858-1887'(소요서가)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 사후 120주년을 앞두고, 폴 세잔(1839~1906)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1840~1902)가 30년간 주고받은 115통의 편지를 완역한 책이다.

    '교차된 편지들 1858-1887'(소요서가)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 사후 120주년을 앞두고, 폴 세잔(1839~1906)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1840~1902)가 30년간 주고받은 115통의 편지를 완역한 책이다. 소요서가 제공'교차된 편지들 1858-1887'(소요서가)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 사후 120주년을 앞두고, 폴 세잔(1839~1906)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1840~1902)가 30년간 주고받은 115통의 편지를 완역한 책이다. 소요서가 제공폴 세잔은 기하학적 형태와 견고한 색채를 결합한 화풍으로 고전주의 회화와 당대 미술의 연결점을 제시했고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 폴 고갱 등이 그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피카소는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고 칭송했다.

    1859년 6월 20일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 속 드로잉. 소요서가 제공1859년 6월 20일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 속 드로잉. 소요서가 제공프랑스 자연주의문학의 대가 에밀 졸라는 1898년 1월13일 프랑스 일간지 '로로르' 1면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에밀 졸라가 공화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이 공개서한은 군부 내 반유대주의 때문에 스파이로 몰린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둘러싼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졸라는 군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옥에 갇혔으며, 석방된 뒤 영국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그는 역사가 바로잡히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숨졌지만, 그의 글은 진실과 거짓 앞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얘기할 때 떠올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이 책은 2016년 프랑스 갈리마르 판을 저본(底本)으로, 에밀 졸라 연구의 권위자 앙리 미테랑이 시간순으로 배열하고 상세한 해설을 추가했다.

    세잔과 졸라, 우리는 왜 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만 따로 모은 책을 출판할 만큼 이들의 하나 된 관계에 주목하였을까? 그들이 남긴 편지 일반은 분명 대중이 공공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몽테뉴의 표현을 빌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잔이었고, 그리고 졸라였기 때문이다." (…) 이 문장은 1853년 혹은 1854년의 어느 날, 먼 프로방스 도시의 한 중학교 복도 귀퉁이에서부터 싹튼 두 거장의 우애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9쪽 '서문' 중에서  

    실로 이 둘 같은 소설가와 화가 간의 정신적, 미학적 연합에 필적할 만한 우정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세잔과 졸라는 작품의 주제와 개념, 그리고 표현법에서 현대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분명한 연관성이 있으며, 같은 고향 출신에다 사회적 계급과 교육 수준까지 비슷했다. 게다가 같은 예술가 무리에 속했고, 아카데미즘을 거부하며 같은 대상과 세계의 형태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규범과 관습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했다는 점에서도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그 어떤 우정 이야기도 그 강도와 지속 기간 면에서 이들에게 필적할 순 없을 것이다.
    10쪽 '서문' 중에서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중학교에서 만난 두 소년이 화가와 작가로 성장하며 이어간 우정과 예술적 여정을 담은 이 편지들은, 역사적 격변기인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교차된다.

    폴 세잔, '에스타크에서 바라본 마르세유 만 La baie de Marseille vue de l'Estaque'(1885년경). 소요서가 제공폴 세잔, '에스타크에서 바라본 마르세유 만 La baie de Marseille vue de l'Estaque'(1885년경). 소요서가 제공아카데미즘에 맞서 새로운 회화와 문학을 실험했던 두 사람의 편지에는 삶과 예술 전반에 걸친 상호 지지와 격려가 담겨 있다.

    너를 가로막는 성벽을 넘을 수 있게 네게 용기를 주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회화나 데생에 관해 한번 이야기해 볼까? 고약한 성벽, 고약한 회화 같으니라고! 하나는 정전canon에 도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의 반대로 짓눌려 있지. 그 벽을 넘으려고 하면 네 소심한 마음은 외치겠지: "너는 멀리 갈 수 없을 거야!" 또 붓을 들면 네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얘야, 미래를 생각하렴!" 천재성은 우릴 죽게 하고, 오직 돈만이 우릴 먹여 살리지!" 아! 아! 나의 가여운 세잔이여. 인생이라는 공은 결코 우리 손이 미는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아.
    163쪽-세잔에게, 1859년 12월 30일

    요즘 나는 풍경 습작을 하려고 매일 이시 공원으로 가네. 그리고 제법 만족스러워. 하지만 인상파 진영에는 깊은 황량함이 가득한 것 같네. 팍토루스 강은 더 이상 그들 편에 흐르지 않고, 작품들은 그 자리에서 말라가지. 우린 매우 험난한 시대를 살고 있어. 과연 저 불행한 회화가 언제 다시 광명을 되찾을지 모르겠네. (…) 햇살 가득한 해변에서 돌아오면 곧 자네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404~405쪽-졸라에게, 파리, 1877년 8월 24일


    1861년경 폴 세잔의 사진. 소요서가 제공1861년경 폴 세잔의 사진. 소요서가 제공응답하듯 교차되는 편지들은 두 사람이 함께 직조해 나가는 한 편의 작품과도 같다.

    둘의 우정은 프랑스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1858년 6월 29일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 속 드로잉. 소요서가 제공1858년 6월 29일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편지 속 드로잉. 소요서가 제공나의 친애하는 에밀,
    자네가 신경을 써서 보내준 『작품』을 막 받았어. 이 좋은 추억의 증언을 해준 루공-마카르총서의 저자에게 감사하며, 지난 세월들을 생각하며 자네에게 악수를 건네네.

    흘러간 시간의 인상에 잠긴 자네의 진실한 벗.
                                                                      폴 세잔

    현재까지 알려진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1887년 11월 28일. 소요서가 제공현재까지 알려진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1887년 11월 28일. 소요서가 제공
    특히 이 책에는 지난 2013년 새롭게 발견된 세잔의 마지막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1886년 졸라의 소설 『작품』 때문에 두 사람이 절교했다는 통설을 뒤집으며, 이들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1887년 11월 28일. 소요서가 제공현재까지 알려진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1887년 11월 28일. 소요서가 제공200여 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시 만나는 세잔과 졸라의 대화는 서로 달랐기에, 또 함께였기에 더욱 빛나는 우정과 예술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이 책은 시기별로 5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시기마다 그들이 나눈 편지의 빈도와 양이 불균형한 것도 확인하게 된다. 책 뒷부분에 세잔의 사진과 세잔이 그린 졸리의 초상화, 그들이 함께 다닌 학교 사진, 세잔이 졸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와 드로잉, 세잔의 작품 등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폴 세잔, '가르단 Gardanne'(1885년경). 소요서가 제공폴 세잔, '가르단 Gardanne'(1885년경). 소요서가 제공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