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우유는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잖아요. 우리는 진짜 신선한 우유가 왜 '국산'인지 말하고 싶었어요."
지난 6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서 열린 '제5기 청춘樂乳(청춘락유)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현장. 발표에 나선 동국대학교 '쉬어가유' 팀의 한 마디가 이번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청춘락유'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주관하고 전국 10개 대학과 연계한 산학협력형 캠페인 공모전으로, Z세대의 시선과 언어로 국산 우유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소비자와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2021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프로젝트에는 남서울대, 단국대, 동국대, 성신여대, 연세대, 인천대, 중부대, 중앙대, 한라대, 한양대, 총 10개 대학, 약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사진제공: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올해 프로젝트는 '우유는 신선식품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우유 본연의 가치인 '신선함'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3일, 콜드체인 시스템, 짧은 유통기한, 고품질 원유 등 국산 우유가 지닌 신선함의 기준을 20대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설득력 있는 캠페인 기획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 미션이었다.
본선 무대에는 각 대학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개 팀이 진출했고, 대상 1팀, 금상 2팀, 은상 3팀, 동상 5팀, 장려상 9팀이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아이디어 경연이 아니라, 국산 우유에 대한 세대 간의 대화이자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고민한 Z세대의 제안이었다.
2025 청춘락유 본선대회 대상 수상팀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쉬어가유'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우유는 늘 곁에 있지만, '언제 마시는지'는 없다"대상을 수상한 동국대 '쉬어가유' 팀은 우유의 존재감을 감각적으로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우유는 늘 곁에 있지만, 사람들은 언제 마시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우유의 타이밍'을 제안했다.
최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서 떠오르는 개념인 'Active Rest(동적인 쉼)'과 연결해, 우유를 '잠깐의 리프레시가 필요한 순간'에 마시는 음료로 정의했다. 단순히 품질이 좋다는 설명을 넘어, 감정과 맥락을 덧입힌 것이다. 이들은 캠페인 슬로건으로 "신선한 우유로 리프레쉼(Refresh+쉼)!"을 내걸었다.
기획 초기엔 기능 중심 키워드를 고민했지만, MZ세대의 공감을 끌기 위해선 감성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발표 일주일 전 전면적인 방향 수정에 나섰다. 기존 기획서를 모두 갈아엎고 기획 구조부터 새로 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대상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팀원들은 이 과정을 통해 국산 우유에 대해 다시 보게 됐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우유를 라테에 들어가는 주재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우유는 품질을 따져 마셔야 하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생겼어요. 이후로는 우유 살 때 꼭 국산인지부터 확인하게 됐죠." 실제로 일부 팀원은 이전까지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캠페인 이후 국산 우유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2025 청춘락유 본선대회 금상 수상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UYOUTH'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3일·3℃·3km'… 숫자를 체험으로 바꾸다연세대 'UYOUTH' 팀은 국산 우유의 신선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3가지 숫자에서 출발했다. 3일 유통기한, 3℃ 저온 유통, 3km 배송 거리. 이들은 이를 "신선한 우유는 3으로 말한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고, 숫자를 단순한 정보가 아닌 '경험할 수 있는 감각'으로 전환했다.
'3km 밀크 워크'는 대표적인 아이디어였다.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의 거리를 직접 걸어보는 체험형 행사로, 우유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냉장 유통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온도 유지 장치가 부착된 '밀크 콜드 트럭'도 제안했다.
"우유가 신선하다는 말을 그냥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걸어보거나 만져보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팀원들은 국산 우유의 유통 시스템을 조사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다고 했다. "사실 우유는 어느 거든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국산 우유는 생산 후 며칠 안에 유통되기 때문에 훨씬 더 신선하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이후 팀원 중 일부는 실제로 국산 우유 전용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보며 소비 습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2025 청춘락유 본선대회 금상 수상팀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Anergy'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신선함은 정보가 아니라 경험"한양대 'Anergy' 팀은 '신선함'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신선함'을 '고유한 에너지'의 개념으로 확장하며 '신선력'이라는 표현을 제시했다. 단지 제품의 품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산 우유가 주는 활력감과 상쾌함'을 브랜드처럼 각인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을 기획했다. 대표적으로는 대형 마트 내 체험 팝업스토어와 '프레시백'(신선 우유용 포장백) 배포,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내 국산 우유 전용 캠페인 페이지 운영 등을 제안했다.
"우유의 신선함을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직접 만지고, 구매하고, 느끼게 해야 진짜 전달되죠."
'Anergy' 팀은 특히 커머스 환경 속 소비 경험에 주목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에서 제품 상세페이지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준다고 보고, 국산 우유 브랜드가 통합 메시지를 활용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우유를 전략적으로 말하는 경험"'청춘락유'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 학생들이 브랜드가 아닌 국산 신선우유라는 식품 카테고리 자체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실전형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소비 인사이트 분석부터 메시지 개발, 프레젠테이션 기획, 인포그래픽 제작, AI 기반 스토리보드 구현까지 실무 전반을 경험하며 기획자이자 마케터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쉬어가유' 팀을 지도한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안홍민 교수는 "청춘락유는 광고·PR 교육자로서 매우 뜻깊은 프로젝트였다"며, "학생들이 '우유는 신선식품이다'라는 주제를 브랜드가 아닌 카테고리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실질적 전략 사고와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미국 광고 교육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피드백은 물론, 프레젠테이션 리허설, Q&A 대응 훈련, 큐시트 활용법까지 체계적으로 코칭하며 실전 감각을 높였다. 그는 "단순히 발표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발표 내용의 설계 구조, 메시지 전환 방식, 그리고 협업 속에서의 태도까지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본선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달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팀워크와 배려의 태도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으며,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가능성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 계기"라고 평가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 역시 "청춘락유는 단순한 아이디어 대회가 아니라, Z세대의 관점과 언어로 국산 신선우유를 새롭게 해석해나가는 산학연계 교육활동을 통한 전략형 프로젝트"라며, "학생들의 창의성과 실행력이 실제 마케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