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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배병우,"소나무사진으로 왕들과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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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우 사진전,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97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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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소나무사진을 통해 세계의 왕들과 친해졌습니다."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명한 배병우(59세)씨가 자신의 사진전시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왕들은 모두 살아생전 영화를 누렸지만 지금은 무덤 속에서 말없이 누워 있는 자들이다. 배씨가 주로 작품에 담은 배경은 공교롭게도 왕의 무덤이거나 궁전이 대부분이어서, 그가 이런 말을 할만도 하다.경주 남산의 신라왕릉과 창덕궁, 종묘 등 국내는 물론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이르기까지. 이들 배경의 공통점은 모두 소나무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신성한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에 빠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왕의 무덤이나 거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상의 최고 권력자들은 내세의 거처 주변에 소나무를 가까이 두었던 셈이다. 그래서 배씨의 소나무 작품을 보고 외국인들은 ''성스러운 나무''라고 부른다. 독일의 이름난 출판사 하체 칸츠(Hatje Cantz)는 배씨의 소나무 사진작품을 모아 ''Sacred Tree(성스러운 나무)''라는 제목을 붙여 출간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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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우 작가는 왜 소나무를 작품대상으로 선택하였을까? 그는 <삶 속에서 사진의 주제를 찾으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58살에 소나무 사진을 찍었지만, 자신에게 소나무는 2-3살 때부터 봐왔던 친숙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사람과 동물보다는 자연과 소나무를 좋아한다고 했다.

    배 작가가 소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더 있다. 그는 사진을 ''빛의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시대부터 사진기술이 발달되어 미술작품에 빛의 명암을 십분 활용하였지만, 동양에서는 피사체의 명암은 없고 주로 선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진작업에서도 선으로만 표현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그는 "선 중심으로 된 사진에 천착하게 되는데,소나무와 오름에서 적절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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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우 작가의 사진철학을 들은 뒤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배병우>전은 97점의 작품이 4개 전시관에서 선을 보였다. 배 작가의 작품이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한꺼번에 전시된 것은 드문 일로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기별, 주제별로 접할 수 있었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영란 학예연구사 역시 "배병우 작가의 모든 시기에 걸친 작품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떨리고 즐거운 일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 작가 역시 "내 작품을 전부 전시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전시가 새로운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관은 <창덕궁>,< 알함브라>,<여수바다와 제주오름>,<소나무> 등 크게 4개 주제로 나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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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작가는 작품마다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창덕궁은 ''푸르른 나뭇잎 색깔이 좋다''고 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창덕궁과 비슷한 점이 많고, 그곳에서 가장 큰 나무는 소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알함브라''의 뜻이 ''붉은 성''인데, 알함브라 사진전시회 때 창덕궁의 붉은 단풍사진을 나란히 전시해 외국 관람객들이 경탄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여수가 고향인 배 작가는 반경 2-3km안의 다도해를 사진에 담았다. 여수 향일암 사진은 10여년 전 고향집에서 20여km 떨어진 향일암까지 걸어서 그곳의 풍경을 찍은 것이다. 제주 오름 사진은 선을 이용한 전형적인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오름의 능선이 돋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보다보면 검은 윤곽 속에 무덤 등이 자리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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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사진을 설명할 때 배병우 작가는 가장 신명이 났다. 그는 "독일의 지인들이 소나무작품을 ''성스러운 나무''라고, 내 생각에 수긍을 하더라"고 말하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한다. 천진한 아이같다. 대부분의 소나무작품이 동틀 무렵의 안개낀 소나무 숲에서 역광을 이용한 것이지만,특이하게 순광의 강렬한 햇빛을 이용한 소나무 작품이 있다 (맨 위의 사진). 작가는 "낮에 소나무에 비친 강렬한 햇빛을 보면 신나고, 바람까지 불면 더욱 신난다. 기왕 찍을 거면 무디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찍으라"고 강조한다. 작가와 함께 4개 전시관 투어가 끝나자, 마치 흥미진진한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온 듯이 머리 속이 개운해지고 가슴이 후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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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를 옮겨 커피숍에서 이뤄진 작가와의 대화에서 배 작가는 동네형님처럼 구수하게 입담을 풀어놓았다. 유도를 계속했더라면 유명한 선수가 되었을거란다. 그러나 자기의 미래가 ''영화관 문지기''나 조폭이 될 것 같아 유도를 접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지인들과 꾸준히 탁구를 치는데, 수준급은 못된다고 한다. 산티아고에 다녀온 얘기도 했다. 40일 동안 800km를 걸어서 92kg이던 체중을 10kg이나 줄였다. 다시 5kg이 불었지만 체중을 줄여볼 생각이다. 사진을 더 찍으려면 몸을 가볍게 해야하기 때문이다. 배 작가는 지난 1984년 사진에 입문해 소나무를 비롯해 ''제주에서 여수까지'' 25년 동안 사진작업을 해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은 질문에 "사진 이력이 25년 되었는데, 앞으로 남해안 풍경을 찍을 수 있으면 행복이죠."라고 답하며 미소를 짓는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지인들로부터 여러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빨리 와서 내 전시회 봐라"고 밝고 힘차게 말한다. 자연과 소나무를 대하면 그 자체가 즐겁다는 배병우 작가. 사진작업을 진정 즐기는 그는 성공한 작가로서보다 관람객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친근한 작가로 내게 다가왔다.



    "사진은 현대의 붓이다.
    문제는 그 붓으로 무엇을 그리는가 하는 것이다.
    카메라 기술만 좋다고 모두 다 사진가는 아니다.
    나는 예술가이지 사진가가 아니다.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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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Nocut_R]

    전시기간:10.1-12.6
    전시장소: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작가와의 대화:10.14(수) 오후 2시
    관람료:성인 6천원,중고생 4천원, 초등학생 2천5백원.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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