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정 기자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
17일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배관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청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윤 청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윤 청장 캠프의 회계 책임자였던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회계보고서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에 따르면 경선 결과가 본선으로 이어지는 대구 지역의 특성상 피고인들은 경선 통과를 위해 선거 비용을 아끼지 않고 문자메시지 발송을 하는 등 전력을 다했다. 이로 인해 선관위에 신고한 것보다 더 많은 횟수의 문자를 발송하게 됐고 비용 위장을 위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윤 청장의 미신고 개인 계좌에서 문자 발송비를 출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단순 실수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라 문자 메시지 발송 횟수를 초과한 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 이후 회계책임자만 책임을 지도록 허위 내용의 자진 신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윤 청장이 뒤늦게나마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구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청장 측 변호인은 단순히 비용 지출 절차에 실수를 한 것일뿐 선거 비용 축소 등 부정을 숨기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윤 청장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선거 비용 보전이 가능한 항목만 신고 계좌에서 지출하고 보전 대상이 아닌 항목, 예비후보 당시 사용 비용은 미신고 계좌에서 지출해도 된다고 오인했다. 이 지출을 위해 부정하게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차명 계좌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자 메시지 발송 비용은 모두 KT에 내기 때문에 100% 노출되고 결코 숨길 수 없는 부분이다. 규정 오인과 미숙지로 인한 실수이며 지출 은닉을 시도할 여지도 없고 자금 출처도 (차명 계좌가 아닌) 피고인의 개인 계좌"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청장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윤 청장의 개인 계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비 등 3400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회계 책임자 A씨도 신고되지 않은 윤 청장 계좌에서 문자 발송비 5300만원을 사용한 혐의, 선관위에 자격 신고를 하지 않고 일정 기간 회계책임자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단계에서 이들은 모두 A씨의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기소 후 재판이 시작되자 돌연 입장을 바꿔 A씨는 관여하지 않았고 윤 청장이 단독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윤 청장이 실수를 했지만, 현직 구청장인 윤 청장에게 부담을 줄까 A씨가 모두 덮어쓰려 했다는 주장이다.
윤 청장은 이날 법정에서 "조급하고 얕은, 어리석은 생각으로 수사에 진실하게 임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죄책이 매우 크지만 고의로 비용 초과 지출을 은닉하려거나 부족한 비용을 조달해 선거에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관련 법규를 숙지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바른 구정으로 동구 구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수사를 받고 기소되면서 구정에 전념하지 못하고 구민들에게 누를 끼치게 됐다. 법규 위반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당황하고 스스로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변호인 역시 "수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을 깊이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회계 책임자로 지정되기 전 잘못된 회계 처리를 알게 됐는데 윤 청장을 믿고 지켜주는 것이 구민들 이익에 부합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수사에 혼선을 빚었다"고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A씨는 혐의에 관여하지 않은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청장은 원래 신중한 사람으로 정치 자금 집행의 절차가 누락됐을 뿐, 부정한 수익이나 지출은 없는 것이 명백하다. 죄송스럽지만 윤 청장에게도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청장과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7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