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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아이.조''의 흥행으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이병헌이 자신의 첫 해외 진출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났다.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 일본 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호흡을 맞췄고, 세계적인 거장 트란 안 홍이 연출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올 부산영화제에서 38초만에 매진돼 신기록을 세우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병헌은 "첫 해외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떨림은 더 있었지만 적응은 빨랐다"며 "이런 류의 영화는 익숙하다. 배우가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영화들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찍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지.아이.조''가 더 쉬워보이지만, 오히려 저한텐 더 낯선 것"이라고 비교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비밀에 쌓인 채 실종된 한 남자와 각기 다른 이유로 그를 찾아야만 하는 두 남자의 대결을 그린 작품. 이병헌은 자신의 연인 릴리와 함께 실종된 남자를 찾는 홍콩 마피아 두목 수동포 역을 맡았다.
이병헌은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 라인인데, 어마어마한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며 "이문열 소설 ''사람의 아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종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느와르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맡은 수동포란 역할에 대해 그는 "뼛속까지 악인인 동시에,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연민이 가는 인물"이라며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굉장히 여러번 느꼈던 작품이다. 그래서 내 역할에 대해 애착이 간다"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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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릴리와 수동포는 쌍둥이 같은 존재"라며 "릴리가 사라졌을 때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듯한 상실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부연설명했다.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트란 안 홍 감독에 대해 "독특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수많은 작품을 통해 경험했던 감독의 연출방식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
이병헌은 "이렇게 연출하는 사람도 있구나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의 방식이었고 새로웠다"며 "영화를 찍다보면 순간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던 돌발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OK 사인을 보낸다. 그리고 뒤늦게 그 이유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감각과 소품 선택에 있어서는 천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감독의 부인이자 배우인 트란 누 엔케와의 베드신 촬영 당시의 재밌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이병헌은 "시어머니였는지 친정어머니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현장에 와 있고, 아이들은 (베드신 촬영장) 주변에서 놀고 있다. 와이프는 나랑 침대에 있고, 감독은 둘을 지켜보고. 상황이 참 재밌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연출방식은 배우가 각각의 신을 연출하길 바라는 것 같다. 콘티도 없고 적응이 안됐다"며 "결과적으로 5초로 편집됐는데, 연기한 것은 1분이 넘는다. 그냥 느끼는데로 계속한다. 그러니 베드신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끊지를 않는데"라고 웃음을 보였다. 10월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