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주한미국대사관 앞. 김미현 인턴기자 미국 정부가 유학생 비자 인터뷰 신청을 전격 중단하면서, 인터뷰를 마친 학생과 신청하지 못한 학생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치가 시행된 이후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은 평소보다 한산해졌고, 비자 발급의 불확실성은 유학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9일 오전, 비자 인터뷰 중단 하루째를 맞은 주한 미국 대사관 앞. 평소 길게 늘어섰던 대기 줄은 눈에 띄게 줄었고, 차양 아래 공간도 휑했다. 인터뷰를 기다리는 인파 대신, 이미 인터뷰를 마친 지인을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학생 비자 심사에 SNS 계정 조사를 도입하며, F(학생), M(직업훈련), J(교류방문) 비자 신규 인터뷰 신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SNS 심사 확대에 대비해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유학생 비자 인터뷰 일정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이날 F1 비자 인터뷰를 마친 플로리다 유학 예정자 김모(21) 씨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CBS 취재진과 만나 "SNS 검열이니 뭐니 말이 많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 씨처럼 비자 인터뷰를 끝내거나 일정을 잡아 놓은 학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아직 인터뷰 일정을 못 잡은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뉴욕으로 석사 유학을 떠나는 임모(24) 씨는 "이달 초 예약을 했는데 어제 갑자기 중단됐다. 운이 좋은 편"이라며 "오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빠르게 진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입학 예정인 이모(25) 씨는 "계좌 증명서 발급을 준비하느라 인터뷰 신청을 잠시 미뤘는데 그 사이 접수가 막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미국 법원이 빠르게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터여서 비자 갱신이 제대로 될 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미준모-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모임)에도 "비자 인터뷰 준비 중이었는데 중단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공부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 "고1 자녀의 I-20 비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리가 하얘진다"는 등의 성토 글이 쇄도 하고 있다.
김미현 인턴기자
비자 갱신을 하지 못한 유학생들도 멘붕이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 중인 A씨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나왔다가 비자 심사 중단 소식을 들었다. A씨는 9월에는 출국해야 하지만 비자를 갱신하지 못해 걱정이다. A씨는 미국 현지 교수들이 SNS를 조심하라고 당부하기까지 하고 있다고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버드에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서모(28) 씨는 "J-1 비자를 갖고 있지만 비자 자체가 박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주변이 공포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