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본관 부근 장미정원 뒤로 KNU, 대학이니셜이 보인다. 이재기 기자 교수채용을 둘러싼 잡음과 비리가 끊이지 않자 경북대가 교수 채용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에 착수했다. 교수채용의 실무작업이 해당 학과.학부에서 이뤄지는 만큼 비리가 생길 경우, 채용과정을 전면 중단시키고 해당학과에 5년간 교수채용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최근 5년 사이 경북대에서 발생한 교수채용잡음은 5건이나 된다. 한 두 곳이 아니라 복수의 단과대학에서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채용과정에서 발생한 특정한 교수나 심사위원의 일탈이라기보다 선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학교내 여론이 비등하다.
특정 단과대학의 경우 잇따라 교수채용비리가 발생해 관련자 4명이 구속기소되고 실형까지 선고받았고 최근에는 생활과학대학의 낯뜨거운 지인 밀어주기 반칙행위가 외부로 노출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재학생과 동문들 사이에서는 '남 부끄럽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고 더 나아가 이 참에 채용제도를 제대로 손질하고, 교수사회가 (특정후보에 대한)호불호를 떠나 채용결과에 대해 승복해야 한다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일부 동문들은 '매년 반복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비리질타가 단골메뉴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 모교 현실'이라며 낯을 들기가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경상대 졸업) 28일 CBS노컷뉴스 인터뷰에서 "비리가 이전투구양상을 띤 것은 자기가 특정인을 밀고, 밀었던 사람이 탈락하면 꼬투리를 잡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이 엉성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수들과 미리 얘기를 해서 누가 되든 (결과에)승복하는 관행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직교수로 재직중인 K씨(사회대)도 전화인터뷰에서 "교수채용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고소를 하거나 주변에 하소연하기 때문에 파장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시스템을 통한 채용에서 정당한 결론이 나와야 되고 거기에 승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K교수는 "학교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므로 잡음을 주위로 나르는 교수들도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수채용비리는 경북대가 안고 있는 최대현안이자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허영우 총장은 재임 중 교수채용제도의 대혁신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처방전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개선의 방향은 채용비리 원인제공자에 대해 강한 패널티를 부과하고 한편으로 채용과정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초점이다.
경북대가 구상중인 선택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리 발생시 이른바 '원스트라익 아웃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경북대 핵심관계자는 27일 CBS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채 잡음이 생기는 순간 '즉각적인 채용프로세스의 중단' 및 '5년간 교수채용기회 박탈'을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학과장회의에서 공채와 관련해 민원이 발생하는 순간 공채를 중단하겠다고 공포했다. 그동안 절차적 하자가 있어도 공채를 진행해왔지만 더 이상의 학교이미지 추락은 막아야겠다는 판단에서 '즉각 중단'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위해 경북대는 '교수공채규정 및 관리방안 개선 TF'를 가동중이다. 오는 6월 TF안이 확정되면 8월 교수평의회에 보고,의결절차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교수채용비리로 잡음이 일었던 생활과학대학 건물이다. 이재기 기자 보다 더 강력한 대응책은 교수채용비리가 적발될 경우 확실히 패널티를 적용하겠다는 것. 경북대는 채용비리가 잇따르자 지난해 '비리가 발생한 단과대학에 대해 채용기회를 박탈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며 2025년초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난 단과대학을 첫 케이스로 패널티 부과에 착수했다.
이에따라 이 단과대학은 패널티부과가 확정될 경우 향후 10학기 즉 5년동안 신규교수채용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경북대는 교수채용이 시작되면 학과단위에서 최종후보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학과의 교수선발권은 보장하되 단계별 공채조정위원회와 최종인사권자인 총장의 감독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