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옥 울산 옥현초등학교 교장. 울산광역시교육청 제공"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나 학급 분산이 아닙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입니다."
소통과 화해를 바탕으로 한 관계회복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조남옥 옥현초등학교 교장.
조 교장은 지난해 9월 1일 옥현초에 부임했다. 당시 6학년 일부 학급에서 어려움 있었다.
문제행동을 반복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교권마저 크게 훼손된 상황이었다. 담임교사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 교사마저도 탈진 상태에 있었다.
급기야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분산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 때 조 교장은 직접 해당 반을 맡게 된다.
교장이 특강에 나서며 맞춤형 관계 회복 프로그램
조 교장은 매일 아침 교감과 함께 등교 맞이를 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교장실로 초대해 차를 대접하며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에게 "학급에 도움이 되어 달라"는 진심 어린 부탁을 하며 신뢰를 쌓았다.
여러 차례 담임 교체로 불안정해진 학급, 반복되는 수업 방해,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 속이었다.
조 교장은 '교장 특강'이라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그는 해당 학급의 특성과 학생들의 행동 유형을 면밀히 분석했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맞춤형 수업을 구성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다른 학교에 연락해 자문하고, 역량이 뛰어난 교장 등 여러 교사들의 조언도 받았다.
문제 학급의 맞춤형 수업 설계를 위해 일주일간 다양한 사례와 기법을 연구했다.
3일간 5~6교시 동안 특강을 진행했다.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역할극과 거울 치료 등 심리학적 기법을 활용한 창의적이고 공감적인 수업이었다.
첫 시간에는 담임과 전담교사가 학생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교사에게 준 상처를 직접 느끼도록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선생님들이 겪은 고통과 어려움에 충격을 받았다. 이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
두 번째 특강에서는 상황극이 진행됐다. 조 교장이 문제 학생 역할을 맡고, 학생이 교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를 제안했을 때 주변에서는 상처만 남을 것이라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조 교장은 그대로 역할극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진솔한 시각을 직접 경험하고, 서로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상황극에서 조 교장은 아이들이 그동안 교실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행동과 욕설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역할극에서 문제 학생들은 타인의 행동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정말 힘드셨을 것 같다",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한 대 때리고 싶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자기의 행동을 거울처럼 되돌아봤다. "우리를 계속 맡아 달라"는 학생들의 말에 교사들도 감동했다.
3일 차 마지막 특강에서는 '좋은 학급을 만들기 위한 나의 다짐'을 작성하고, 서로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조 교장은 "다짐을 잘 지키면 원하는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선물로 수업 대신 자유시간, 피자 파티 등 소박한 보상을 선택했다. 이 약속은 모두 지켜졌다.
학교 변화 이끌어 내는데 가정과 사회 모두 나서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변화에는 가정과의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
조 교장은 야간에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학급 상황과 교사들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울산교육청과 지역교육청 관계자도 참석해 모두가 힘을 합쳐 아이들의 변화를 도울 수 있도록 협력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조금 별나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장에 대한 신뢰를 보이며 적극 협력했다.
조 교장의 진심 어린 접근은 빠르게 결실을 봤다.
학생들은 점차 안정된 학업 태도와 생활 습관을 보였다. 서로를 격려하며 문제행동을 스스로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졸업식 날, 학생들은 담임과 조 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교장의 사례는 단순히 문제행동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며 교사들과 신뢰를 쌓았다.
조 교장은 "학교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라며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분명히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인재로 자랄 것이라고 신뢰합니다. 이렇게 신뢰하면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고, 모든 일에 여유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