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길저스-알렉산더. 연합뉴스
덴버의 니콜라 요키치와 오클라호마시티의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연합뉴스 세르비아 출신의 특급 센터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겟츠)는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중 최고의 실력자로 여겨진다.
2021년, 2022년, 2024년 등 세 차례나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요키치는 2024-2025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트리플 더블 시즌(29.6점 12.7리바운드 10.2어시스트)을 달성했다. NBA 센터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센터가 평균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개인 기록만 놓고 보면 자신의 MVP 수상 시즌을 뛰어넘는 모양새다. 요키치의 올 시즌은 아마도 현재까지 그가 보여준 커리어 최고의 시즌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그럼에도 또 한 번의 MVP 수상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압도적인 정규리그 1위(68승 14패)로 올려놓은 특급 가드 셰이 길저스-알렉산더(Shai Gilgeous-Alexander, SGA)의 존재 때문이다.
NBA 7년 차 가드 길저스-알렉산더는 올 시즌 76경기에 출전해 평균 32.7점으로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6.4어시스트, 5.0리바운드, 1.7스틸, 1.0블록슛을 곁들였다.
야투 성공률은 51.9%로 세 시즌 연속 '평균 30점-야투율 50% 이상'을 달성했다. 윌트 채임벌린, 카림 압둘자바, 마이클 조던, 야니스 아데토쿤보에 이어 NBA 역사상 다섯 번째 진기록인데 가드로는 조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이처럼 화려한 기록을 남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길저스-알렉산더가 공격만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최근 많이 주목받는 스틸+블록슛 기록이 무려 208개다. 올 시즌 길저스-알렉산더보다 많은 스틸+블록슛을 기록한 선수는 다이슨 대니얼스(애틀랜타 호크스)와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전부다.
길저스-알렉산더의 가치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은 팀 성적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내내 압도적인 리그 1위 팀이었다. 정규리그 68승 이상을 기록한 역대 7번째 팀이다. 덴버보다는 18승이 더 많다. 82경기의 평균 득실점 차이는 +12.9점. 10점 차 이상으로 이긴 경기수가 무려 54경기. 둘 모두 NBA 역대 NBA 단일시즌 신기록이다.
이 외에도 썬더의 올 시즌 위력을 증명하는 기록은 무수히 많다. 오클라호마시티는 NBA 역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기준 팀 스틸(847개)이 팀 실책(904개)보다 많은 최초의 팀이 될 뻔 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비슷했다. 막판에 차이가 벌어졌다.
개인 성적도 뛰어나지만 팀 성적이 압도적인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NBA 역사에 다시는 없을 시즌을 남겼고 이미 MVP인 자기 자신을 뛰어넘은 니콜라 요키치.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표를 던졌겠는가.
NBA 미디어는 길저스-알렉산더를 지지했다.
길저스-알렉산더는 22일(한국시간) NBA 사무국이 발표한 2024-2025시즌 NBA 정규리그 MVP 투표 결과 총점 913점을 획득해 787점을 얻은 요키치를 제쳤다.
두 선수의 총점 차이는 2017년 이후 가장 적었다. 러셀 웨스트브룩(당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 제임스 하든(당시 휴스턴 로켓츠)을 제치고 MVP를 차지했던 시즌이다. 올해는 시즌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요키치가 2위에 머물렀지만 그때에는 시즌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웨스트브룩이 이겼다.
MVP 투표는 글로벌 미디어 패널 100명이 1위부터 5위까지 선수 5명을 정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위 표는 10점, 2위 표는 7점, 3위 표는 5점, 4위 표는 3점, 5위 표는 1점의 가치가 있고 최종 합산으로 결과를 가렸다.
100명 중 71명이 길저스-알렉산더에게 1위 표를 던졌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팀 성적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나머지 29장의 1위 표는 요키치가 모두 가져갔다.
2위 표까지도 두 선수가 양분했다. 길저스-알렉산더에게 1위 표를 던진 71명이 그대로 요키치에게 2위 표를 줬다. 반대로 길저스-알렉산더도 21장의 2위 표를 가져갔다.
3위 득표가 가장 많았던 선수는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로 총 88장의 3위 표를 획득했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셀틱스)가 3위 표 11장, 도노반 미첼(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3위 표 1장을 각각 가져갔다.
아데토쿤보는 총점 470점, 테이텀은 311점, 미첼은 74점을 각각 획득해 두 선수의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16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케이드 커닝햄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앤서니 에드워즈(각각 12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2점) 그리고 뉴욕 닉스의 제일런 브런슨, LA 클리퍼스의 제임스 하든, 클리블랜드의 에반 모블리(각각 1점)가 표를 얻었다.
길저스-알렉산더는 지난 2022-2023시즌 MVP 투표에서 5위를 했다. 지난 시즌은 요키치에 이어 2위였다. 성장을 이어가더니 마침내 MVP가 됐다. 오클라호마시티 소속 선수로는 케빈 듀란트(피닉스 선즈), 러셀 웨스트브룩(덴버 너겟츠)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의외로 농구 명문 켄터키 대학 출신으로는 첫 번째 수상이다.
캐나다 국적 선수로는 스티브 내쉬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NBA는 7시즌 연속으로 미국 국적이 아닌 선수가 MVP 트로피를 가져가게 됐다.
▲최근 7시즌 NBA 정규리그 MVP
2018-2019시즌: 야니스 아데토쿤보 (밀워키 벅스, 국적 그리스)
2019-2020시즌: 야니스 아데토쿤보 (밀워키 벅스, 국적 그리스)
2020-2021시즌: 니콜라 요키치 (덴버 너겟츠, 국적 세르비아)
2021-2022시즌: 니콜라 요키치 (덴버 너겟츠, 국적 세르비아)
2022-2023시즌: 조엘 엠비드 (필라델피아, 국적 카메룬)
2023-2024시즌: 니콜라 요키치 (덴버 너겟츠, 국적 세르비아)
2024-2025시즌: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오클라호마시티, 국적 캐나다)
요키치가 있기에 길저스-알렉산더의 수상 가치는 더 높아진다. 요키치는 최강의 경쟁자였다. NBA 역사상 5시즌 연속으로 MVP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최소 2위 안에 포함된 선수는 1980년대 래리 버드 이후 요키치가 처음이다.
요키치는 지난 5시즌 동안 MVP 투표 순위 '1-1-2-1-2'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래리 버드는? 프로 데뷔 2년 차 시즌부터 '2-2-2-1-1-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