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카금융 슈퍼볼링 국제오픈' 정상에 오른 서정민. KPBA한국 볼링 사상 최대 우승 상금 1억 원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선수 경력이 불과 6년에 우상인 미국의 최정상급 프로볼러를 넘고 정상에 올랐다.
서정민(김해시체육회)은 13일 경기도 용인시 볼토피아 볼링장에서 열린 '2025 인카금융 슈퍼볼링 국제오픈' 결승에서 최정우(대구북구청)를 눌렀다. 269 대 214의 완승으로 정상 등극을 자축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창립 30주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됐다. KPBA 사상 최고액인 1억 원의 우승 상금 등 총상금 3억 원을 놓고 16개국 420명 선수들(본선)이 자웅을 겨뤘다.
지난해 KPBA 최우수 선수(MVP) 방영훈(팀 에보나이트)과 상금 랭킹 1위 윤명한(팀 MK글로리아) 등 프로 남녀 시드 선수는 물론 대한볼링협회(KBA) 국가대표와 실업팀 선수들도 나섰다. 여기에 볼링의 본고장 미국프로볼링(PBA)에서 활약하는 투핸드 볼러 엔서니 시몬센과 독특한 투구, 헤어 스타일을 자랑하는 카일 트룹도 나섰다.
특히 시몬센은 투핸드 볼러로 PBA를 제패한 정상급 볼러다. 2017년 KPBA 메이저 대회인 '제12회 STORM 도미노피자컵 SBS 한국볼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자는 실업 2년차에 불과한 신예였다. 서정민은 무엇보다 우상인 시몬센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4강전인 3위 결정전에서 서정민은 시몬센을 상대로 무려 279점을 기록했다. 12번 투구 중 10프레임에서만 핀 1개를 세웠다. 시몬센도 4, 10프레임 1핀을 세우는 등 258점을 쳤지만 서정민을 넘지 못했다.
미국프로볼링 최정상급 선수 시몬센. KPBA기세는 결승에도 이어졌다. 서정민은 예선 1위로 결승에 선착한 최정우를 상대로 2번이나 5연속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최정우는 6, 8프레임에서 스플릿을 범하며 흔들린 끝에 우승컵을 내줬다.
우승 뒤 서정민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정말 떨렸는데 그래도 다행히 운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설 수 있었다"고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본선에만 진출하자는 생각이었다"고 귀띔했다.
짧은 구력에도 이뤄낸 성과다. 서정민은 고교 2학년 때 동호인인 어머니를 따라 볼링을 접했다. 이후 매력을 느껴 이듬해 선수로 본격적으로 나섰고, 대학 3년을 거쳐 실업 무대에 진출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5인조 금메달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역대 최고 상금이 걸린 대회를 깜짝 제패하는 일을 냈다.
특히 우상을 넘어섰다. 서정민은 "시몬센이 투핸드로 경기하는 걸 보면서 장난처럼 따라했다"면서 "파이널에서 우상이 경기하는 것만 보고 있어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1 대 1 매치에선 누가 이길지 모르는 건데 운 좋게 이겼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긴 게 맞나 현실감이 없었는데 시몬센이 축하해주더라"고 귀띔했다. 투핸드 볼러의 전설을 한국의 신예가 역시 투핸드로 꺾은 것이다.
서정민의 경기 모습. KPBA실업 대회는 상금이 없지만 이번 우승으로 무려 1억 원을 받는다. 서정민은 "부모님과 여자 친구에게 일부 드리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상을 꺾은 서정민의 눈은 이제 태극 마크를 향한다. 서정민은 "일단 올해 전국체전을 목표로 훈련하고 내년 선발전에서 첫 국가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변의 초대 챔피언이 탄생한 가운데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인카금융 측은 대회 정례화와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카금융서비스 최병채 회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더욱 훌륭한 대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