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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작은 학교에 핀 커다란 꿈 '춘천 추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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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인형극, 파크골프, 빙상, 수영, 승마, 카누 등 다양한 체험 활동 눈길
    시내 통학비, 에듀버스 지원 방안 협의

    지난달 30일 추곡초등학교 5학년 박하랑 학생이 기자에게 작은학교에 다니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곡초 제공지난달 30일 추곡초등학교 5학년 박하랑 학생이 기자에게 작은학교에 다니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곡초 제공
    "혼자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니까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소양호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추곡초등학교'. 유치원을 포함해 학생 수 13명인 작은 학교이다.

    추곡초등학교 5학년 박하랑 학생은 매일 춘천 시내 중심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30~40분을 달려 추곡초등학교로 등교를 한다.

    지난해까지 부모님께서 등교를 도와주셨지만, 올해부터는 스스로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기 시작했다. 멀미가 나 힘들 때도 있지만, 하랑 학생은 오히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창밖을 보며 푸르른 나무도 보고 지나가는 차를 세어보고,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혼자 생각에 잠기도 한다. 하랑 학생에게 추곡초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통학로가 아니라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성장의 길'이다.

    승마 방과후 활동. 추곡초 제공승마 방과후 활동. 추곡초 제공

    작은 학교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특별한 하루

    "작은 학교의 장점이 너무 많아서 계속 다니기로 했어요."

    하랑 학생은 도심으로 이사한 뒤에도 추곡초를 떠나지 않았다. 추곡초는 작지만 풍성한 일상을 자랑한다. 넓지 않은 운동장에서도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여름이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학교 뒤편 산소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계절 내내 자연이 건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다.

    방과후 수업은 더욱 특별하다. 인형극, 파크골프, 빙상, 수영, 승마, 카누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매일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진다.

    하랑 학생은 "모든 선생님들이 정말 좋아요. 공부를 이해가 잘 되도록 가르쳐 주시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주세요. 우리 학교는 매일매일이 기대돼요. 재미있고 신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학교

    "추곡초등학교에 오면, 당신의 아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주인공이 됩니다"

    추곡초등학교는 1962년 추천초등학교 추곡분교장으로 문을 열었다. 지금은 북산면에 남은 유일한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서로 이름을 알고, 친구가 된다. 선생님들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속도를 존중하며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학교폭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춘천 추곡초 학생들이 지난 2024년 일본 이이다 인형축제에 참여했다. 추곡초 제공 춘천 추곡초 학생들이 지난 2024년 일본 이이다 인형축제에 참여했다. 추곡초 제공
    특히 전교생이 함께하는 '인형극 동아리'는 추곡초만의 자랑거리다. 춘천인형극제 시민경연 퍼레이드, 아마추어 인형극 대회는 물론, 2024년에는 일본 이이다 인형축제 무대에도 섰다.

    올해부터는 파크골프 프로그램도 새롭게 시작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작은학교가 안고 있는 현실과 도전

    하지만 작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다목적실 같은 시설 확충은 쉽지 않고, 교육시설 사업에도 선정되기 어렵다. 행사나 프로그램도 전교생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곡초는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낸다.

    전 학년이 함께 어울리는 활동을 통해 인원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양강댐노인복지관과 함께 어르신과 학생이 함께하는 세대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시내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생긴 만큼, 교통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재학 추곡초등학교 교장은 "시내에서 통학하는 학생을 위해 통학비를 지원해 주거나 에듀버스 지원 방안을 교육청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원거리 통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학교를 오갈 수 있도록, 통학버스 노선 확대, 운행시간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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